'남아는 공구, 여아는 인형' 이제 그만..장난감엔 성별 구분 필요 없어!

윤기은·박하얀 기자 2021. 10. 1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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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성별 라벨 없애고 캘리포니아선 "한곳에 진열 의무화"

[경향신문]

바비인형을 출시한 마텔사가 2019년 선보인 성중립 인형 세트. 마텔사 제공

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가 더 이상 제품에 여아용, 남아용의 라벨을 붙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장난감 가게에서 인형, 로봇 등을 여아용·남아용 구분 없이 한곳에 진열해두는 ‘성중립 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2024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특정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내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CBS방송은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가 대형 장난감 판매점에 성중립적인 방식으로 장난감을 진열하도록 규제한 미국 최초의 주가 됐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직원 500명 이상 대형 매장에 적용되며, 성중립 구역 설치 규정을 어기면 250달러(약 30만원) 정도의 소액 벌금을 물게 된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 소속 에반 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전통적으로 소년 구역에는 공구 세트 종류의 장난감이, 소녀 구역에는 아기 돌보기, 패션, 집안일 관련 장난감이 많았다”며 “사회 구조가 만든 성역할에 따른 장난감 분리는 현대사회의 사고와 반대된다”고 적시했다.

일부 시민들은 장난감 가게에 성중립 구역이 생기면 아이들의 성별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며 법안을 반겼지만, 일부 장난감 기업들은 주정부가 사업주들의 마케팅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성별마다 제 역할이 있다고 말하는 보수성향의 단체들도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마트 체인업체인 타깃도 이미 2015년부터 소년과 소녀로 분류돼 있는 구역을 없앴다.

특히 장난감 제조업체인 레고는 이날 “성 편견과 유해한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제품을 만들겠다”는 성명을 냈다. 레고는 제품에 여아용·남아용 라벨을 붙이지 않고,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성별로 제품을 검색할 수도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레고가 미국, 중국, 일본 등 7개국 6~14세 어린이와 부모 7000여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남아의 71%가 다른 성별과 관련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놀림을 받을까봐 걱정한다고 답했다. 여아의 이 같은 비율은 42%였다. 부모들은 남아에게는 스포츠와 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교육(STEM)을 하도록 권장하는 반면 여아에게는 춤과 분장을 장려할 가능성이 5배, 제빵을 권고할 가능성은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라 다른 종류의 장난감을 사용하는 것은 특정 분야의 능력을 기르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신경생물학자 지나 리폰 교수는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며 “여아들이 레고나 다른 조립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는다면 이들은 추후 삶에 도움이 될 공간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는 것이며, 여아들에게만 인형을 강요한다면 남아들은 양육 기술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영국의 젠더 평등 시민단체 포싯소사이어티도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게으른 고정관념’과 성별에 따른 장난감 분리는 젊은층의 정신건강 위기를 부추기고 직업 선택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윤기은·박하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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