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곡창'에 역대급 병해충..벼 갈아엎는 농민들
[경향신문]
나락 여물기 전 가을장마로
13만㏊ 이삭도열병 등 확산
전북 피해 집중, 전남·충청도
정부에 ‘재해지역 선포’ 요구
전북지역에 가을장마로 인한 병충해로 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민들은 추수를 앞둔 벼를 갈아엎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전국 벼 피해 추정면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재배면적 13만5308㏊에서 이삭도열병 등 병충해가 발생했다. 병충해 피해가 가장 많은 곳은 전북으로 5만5683㏊에 달했다. 이어 전남은 3만3226㏊, 충남은 2만8754㏊에서 병충해 피해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가을장마로 인한 벼 피해 추정면적 조사에 이어 정밀조사를 이달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의장은 “나락이 여물기 시작하는 8~9월 때늦은 가을장마로 온갖 병충해가 창궐하는 바람에 역대급 피해가 발생했다”며 “명백한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이므로 하루속히 (전북도를) 재해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전북지역 병충해 피해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43% 정도로 조사됐지만 이는 벼 수확기에 막 접어든 시점에서 집계된 것이어서 수확기 이후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부안군농민회장도 “농사짓는 사람이 오죽했으면 자식 같은 다 자란 벼를 갈아엎겠느냐. 출수기 때 25일이나 비가 와서 약을 쓸 수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자연재해여서 도리가 없었다. 속이 탄다”고 말했다. 전북도 농업기술원 조사 결과를 보면 전북지역 벼 피해는 이삭도열병이 3만376㏊로 가장 많았다. 세균 벼알마름병과 깨씨무늬병으로 인한 피해면적은 각각 1만684㏊, 8243㏊였다. 농업기술원은 병해충 피해 원인을 가을비로 인해 방제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병해충이 논에 남아 있다가 방제가 되지 않는 틈을 타 가을장마 시기에 급속히 번졌다는 것이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벼 피해 추정면적 조사 결과 호남평야 중에서도 전북의 피해가 두드러졌다”며 “전남과 충청권의 경우 가을비가 전북만큼 내리지 않아 극심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전북도의회도 최근 본회의에서 ‘벼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 피해지역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도의회는 “벼 병해충 피해를 농업자연재해로 인정해 재해 대책 복구비를 지원하고,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 개선 및 농업 분야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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