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김만배 구속영장에 '곽상도 뇌물공여' 혐의 적시

이효상·허진무 기자 2021. 10. 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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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기 성남시 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2일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57)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 구속영장에는 무소속 곽상도 의원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도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천대유가 곽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을 뇌물로 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김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 중 55억원을 빼돌려 로비 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돈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곽상도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는 화천대유에서 6년간 근무하고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령했는데, 검찰은 이 돈을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곽 의원에게 전달된 뇌물로 판단했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유 전 본부장에게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 등 총 5억원을 건넨 혐의도 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대장동 개발 계획 수립 당시 공모지침서 초안에 포함된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삭제해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구속됐다. 분양가가 평당 14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환수하는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화천대유 등에 4040억원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를 유 전 본부장의 공범으로 보고 김씨의 구속영장에도 배임 혐의를 적시했다. 검찰은 김씨가 초과이익 환수 규정 삭제를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김씨는 14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으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이 임의로 편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녹취록의 신빙성을 부인했다. 정씨가 먼저 ‘몇몇 공직자들에게 50억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내 김씨도 맞장구를 치는 차원에서 ‘법조계 인사 등 6명에게 50억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녹취록 속 유 전 본부장에 5억원을 건넸다는 발언, 한 대법관 자녀에게 주택을 제공했다는 발언 등에 대해서도 “의도적인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이외의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녹취록의 신빙성을 흔드는 전략을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 측은 검찰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서도 “신빙성이 의심되는 녹취록을 주된 증거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하여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녹취록의 발언 일부가 사실로 확인된 데다 해명 과정에서 수 차례 말을 바꾼 점이 김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가 고위 법조계 인사 등 6명에게 50억원씩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거론된 인사 중 곽상도 의원의 경우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녹취록에는 또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을 두고 김씨가 “그 절반은 ‘그 분’ 것”이라 발언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분’은 유 전 본부장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터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근무하다 유 전 본부장과 사업을 하고 있는 정민용 변호사는 최근 검찰에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는 자신의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그 분’ 발언을 전면 부인해왔던 김씨는 이날 취재진에게 “더 이상의 구 사업자 갈등은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리 말한 것”이라며 발언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 분’ 발언 자체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김씨 변호인 측은 김씨가 장시간 조사로 경황이 없는 와중에 취재진의 질문을 잘못 이해하고 답변한 것으로, ‘그 분’ 발언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정 회계사의 녹음 사실을 파악하고 일부러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 해명이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김씨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예상보다 빨리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와 수사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검·경간 보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장동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검·경에 지시했다.

이효상·허진무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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