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때렸니?" 묻고 또 묻고..반복시키는 '나쁜 기억'
[뉴스데스크] ◀ 앵커 ▶
부모의 학대를 피해 보호시설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한 해 3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또 다른 고통을 겪기도 하는데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절차로 인해서 아이들은 조사를 하러 온 새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끔찍한 학대의 기억을 반복해서 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혜인 기자가 이 아이들의 고통을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 리포트 ▶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그 집에선 매일 술 취한 아빠의 고성과, 아이들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행히 한 이웃의 신고로, 14살 혜림이(가명) 자매는 아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작년 10월 보호시설에 입소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엔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혜림이(가명)]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요. 말하기 싫었는데 계속 물어봐서 얘기했어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에 대해 이미 다 물어봤는데도, 경찰이 다시 피해자 진술을 받았고, 법원에서 또다시 진술을 해야 했던 겁니다.
[김한기/노원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아이들이) 최소 네 번 이상은 (진술을) 하게 되죠, 보통은. 경찰이나 시군구나 각 필요해서, 워낙 여러 기관에서 (개입을) 하기 때문에…"
올해 1월부터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함께 출동해 한번 조사하고, 이 내용을 관련 기관들이 공유하도록 대응 체계가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그대로입니다.
12살 정아(가명)도 경찰과 지자체 1차 조사부터 올해 5월 보호시설에 올 때까지 3번이나 같은 진술을 반복했습니다.
[정아(가명)] "자꾸 말했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저도 한 마디 얘기하면 다 알아듣기는 하는데, 계속 물어보는…"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이 24시간 근무하지는 않다 보니 일과 시간인 아닐 땐 경찰만 출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 내용도 "수사 중인 사건의 진술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학대 내용까지는 공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학대 피해 아동] "(아빠를) 감옥에 집어넣고 싶냐, 그 얘기도 했고… 아빠가 어디를 많이 때렸냐…"
[이나리/아동보호시설 자립지원팀장] "구청도 아보전(아동보호전문기관)도 (학대 내용을) 자세하게 저희한테 알려주지 않으세요. 꼬치꼬치 물어봐야 그나마 조금 보여주시고…"
더구나 아직 판단이 미숙한 아동의 경우 시간이 오래 지나거나, 외부 압력을 받으면 진술이 쉽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신의진/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억을 자꾸 떠올리면, 좋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으니까… 어릴수록 반복진술 할 때마다 다른 소리를 해요."
실제로 한 학대 피해 아동은 취재진에게 "부모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법원에서 진술을 바꿨다"고 털어놨습니다.
[고민정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지자체,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하나의 팀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이 아동은 한 번만 진술해도 3개 기관에게 진술한 효과가 나는 거죠."
아동 성범죄 사건의 경우 전담기관인 해바라기센터의 전문 수사관이 녹화한 첫 피해진술이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 영상편집: 유다혜 / 삽화: 최유리, 이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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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근 / 영상편집: 유다혜 / 삽화: 최유리, 이하정
정혜인 기자 (hi@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06767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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