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일터 어디에..여주 실습생·쿠팡 '연골값' 등 질타

김혜지 기자 2021. 10. 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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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환노위 국감..의원들 "같은 사고 반복"
스타벅스·넷플릭스 '글로벌 공룡'도 검증대 올라
1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2021.10.12/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6년 구의역,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 이어 올해까지, 거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사고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 달라고 하지만, 똑같은 사고가 이어진다."(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안전한 일터'에 관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 개별 사안별로 곱씹는 시간이었다.

최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여주 실습생 사망 사고와 쿠팡·스타벅스·넷플릭스 등 국내외 대기업의 노동실태가 주로 검증대에 올랐다. 이들 사안은 불안한 일터를 방치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방증했다.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최저임금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국회 환노위의 국감이 이뤄졌다.

의원들은 감사 시작부터 '여주 실습생 사망사건'에 주목했다.

지난 6일 여수에서는 현장 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3학년생 고(故) 홍정운(17) 군이 요트 바닥에서 따개비를 없애는 작업 중 바다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군은 평소 물을 무서워하고, 잠수 지식이나 자격증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물속 깊이 들어갈 수 없던 홍군은 허리에 10여㎏ 납벨트를 매달아야 했다.

◇여수 사고 나흘 만에 영업재개?…"고용부 뭐하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장 실습생들이 업무를 배우다 숨지는 일이 잇따르면서 작년 10월1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바꿔 현장 실습생도 노동자로서 인정하고 법 일부를 적용하기로 했다.

즉, 여수 실습생 사망은 산안법에 따라 처벌받을 소지가 큰 상태다.

실제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사건 당시에는 2인1조 작업도 지켜지지 않았고, 현장에 안전 관리자 없이 작업을 진행했으며, 홍군은 실습 표준 협약서에 있지도 않은 잠수 작업을 지시받았다"면서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나열했다.

이어 "현행 산안법에는 사업주가 위험하거나 유해한 작업, 상당도 지식이나 숙련도가 요구되는 작업에는 자격·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작업(을 지시)해선 안 된다고 적혀 있다"며 "18세 미만인 자에게 금지하는 직종에는 잠수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성희 고용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사건을 산안법 위반으로 보냐'는 강 의원의 물음에 처음 "근로자성이 인정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박 실장은 보고를 받고서야 "현재까지 파악해 본 바에 따르면 (홍군은) 실제 노동자로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산안법 위반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변을 정정했다.

고용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은 이후 질의에서도 이어졌다.

홍군에게 잠수 작업을 지시한 요트 업체가 사고로부터 나흘 만에 운항을 재개했는데, 이는 고용부가 애초부터 '수중' 작업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현장을 다녀왔는데 정말 참담했다"며 "따개비 제거 작업만 작업 중지를 할 것이 아니라,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강은미 의원도 "업체는 고용부가 부분 작업정지를 내렸기 때문에 운항 재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2021.10.12/뉴스1

◇"국내 대표 마트 노동3권 침해"…쿠팡 '연골값' 도마위

국내 유통업체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관해서도 증언과 함께 비판이 잇따랐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마트노조로부터 입수한 국내 대형마트와 배송 업체·기사 간 계약서 등을 토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트들이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3권을 너무나도 명백하게, 대놓고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이 공개한 롯데마트의 온라인 장보기 물품 배송 업무 서약서를 보면, 위탁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배송기사의 '스트라이크'(파업) 사전 차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이에 대한 페널티로 "문제 해결 시까지 운송료 지급 보류" 내용도 규정돼 있었다.

임 의원은 "이는 운송료 지급을 빌미로 노동자 단체 행동을 제약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마트·홈플러스 등에서도 비슷한 조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헌법상 기본권마저 제한하겠다는 조항들을 접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이 들리기도 했다.

앞선 국감에서 질타를 받은 쿠팡도 다시 검증대로 소환됐다.

강은미 의원은 "쿠팡의 매출 실적이 1500억원에 달하고 15분기 연속 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라면서 상용직 채용을 회피하기 위한 근로계약 쪼개기 의혹을 제기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쿠팡이 근태관리 어플인 '쿠펀치' 시간 조작을 통해 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52시간을 초과했지만 상급자에게 혼날까 봐 미리 (퇴근을) 찍고 초과근무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노동자를 불쏘시개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참고인으로 나선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은 "저희 직원들끼리는 월급을 받으면 서로 '연골값'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휴게시간마저 반납한 채 계속해서 늘어나는 물량을 연골을 갈아서 처리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스벅·넷플릭스 글로벌 공룡은 괜찮나…"책무 도외시"

스타벅스·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노동 실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스타벅스의 리유저블(다회용) 컵 행사로 인해 이날 대기음료만 650잔, 노동자가 골병이 들어도 괜찮은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지난 5년간 스타벅스 노동자의 산재 신청이 대폭 증가했다"라면서 "2017년 이후 단 1차례도 근로감독을 받은 적 없는 스타벅스에 대한 근로감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미향 의원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투' 출연 연기자의 계약서를 보면 모든 용역과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모두 제작사에 있다고 규정돼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방송 연기자들의 노동을 비롯한 한국의 콘텐츠 역량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내 방송 콘텐츠 제작 및 노동 환경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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