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 변화, 혁신기업이 뛴다] 11일 걸리던 기판 '휨' 정도 예측, AI로 3.6시간 만에 가능

전혜인 2021. 10. 1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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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수만 건 특허도 빅데이터 분석
4시간만에 5만건.. 900배 빨라
친환경 마그넷 개발에도 적용
전 생산과정 머신러닝 자동화
개발기간 절반으로 단축 성공
데이터 수집 판매계획 자동예측
AI 수요예측 시스템개발 추진도
AI를 활용해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한 LG이노텍의 '친환경 마그넷' 제품.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 전경. <LG이노텍 제공>

"디지털 시대의 기업 생존과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DX(디지털 전환)가 필수이며, DX를 통한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고객 가치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DX의 핵심기술인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강연을 통해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제품 기획부터 고객 관리까지 전 과정이 디지털화하는 DX는 점차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이노텍은 인공지능(AI)를 업무 전반에 적극 활용하며 혁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초 AI 및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제품기획, 개발, 생산, 마케팅 등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AI 기술 적용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제품 기획 분야는 'AI 특허정보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수만 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단시간에 분석해 개발 방향 수립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 특허정보 시스템은 전 세계 특허 정보를 수집, 분석해 기업이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 방향 수립하는데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신제품 및 신기술과 유사 특허는 없는지, 다른 특허를 침해하는지 등 연구결과물의 지적재산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용도로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시스템은 사람에 비해 900배 정도 빠르다. 사람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던 수만 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단시간에 분석해 개발 방향 수립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 특허 5만건을 분석할 경우 5명이 하루 8시간, 총 100일 동안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단 4시간여 만에 처리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이 시스템을 통해 매년 300만건 이상 출원되는 전 세계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술 동향과 산업의 인사이트를 파악하고,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 영역을 보다 세분화 및 정교화해 제품 개발 전략 수립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개발 분야는 지난해부터 5G확산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RF-SiP(무선주파수 패키지형 시스템)기판 개발에 AI를 적용, 개발 소요 시간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RF-SiP 기판은 여러 개의 기판층을 쌓아 올려 만드는데, 이 기판들을 서로 뒤틀림 없이 정확하고 고르게 쌓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기판의 제조과정에서 열과 압력 등으로 인해 기판의 '휨(Warpage)'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휨 현상은 제품 성능에 치명적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 단계에서 회로 설계 구조, 회로 물질의 성분비, 절연체 종류 등의 조합을 최적화하는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 일반 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은 기판 1개의 휨 정도를 예측하고 분석하는데 11일 이상 소요된다. 연산 과정이 복잡해서다. LG이노텍은 시뮬레이션 단계에 AI를 적용해 회로 패턴, 물질 성분비 등을 학습시켜 기판 1개당 분석 시간을 3.6시간으로 기존 대비 90%이상 단축했다.

최근 LG이노텍이 개발한 '친환경 마그넷' 개발에도 AI 기술이 적용됐다. LG이노텍은 기존 개발방식으로는 마그넷 분야의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 머신러닝(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해 자동으로 판단하고 결과를 내는 기술)방식의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했다. 친환경 마그넷의 중희토류 함량비율, 열처리 온도 등 최적의 공정조건을 도출하는 전 과정을 머신러닝 컴퓨터로 자동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개발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생산 분야는 제품 외관 검사 공정에 AI 적용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외관 검사를 위한 이미지 데이터를 사람이 먼저 양품·불량품으로 분류하고 이를 AI가 학습해 최종 양품 여부를 판정했다. 검사 과정에 사람이 개입하다 보니 분류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AI 최종 검사 정확도도 떨어졌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활용해 AI가 이미지 데이터의 양품 여부를 자동 분류하면서, 분류 과정의 오류 확률이 '0(제로)'가 되었고, 이 데이터를 학습한 AI의 검사 정확도도 기존 대비 2배가량 높아졌다.

이와 함께 LG이노텍은 마케팅 및 구매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수요 예측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기존에는 마케터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판매 계획을 수립하던 것을, AI가 내외부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제품 모델별 판매 계획을 자동 예측하는 것이다. 수요 예측이 정확해지면 그만큼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원재료 등의 구매 시에도 유리하다.

LG이노텍은 하반기 고객, 개발, 공정, 설비 등 6개의 핵심 영역과 언어처리, 최적설계, 이상감지 등 6개 대표 AI 응용기술을 선정해 AI 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자체 AI 솔루션을 확보할 방침이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AI·빅데이터 인증 시험을 추진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외부 전문인력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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