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일단 코로나19 이전으로 교류 되돌리자"

이영희 2021. 10. 1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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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기 이전인 2020년 2월, 한·일 양국 간 연간 1000만명이 오고 가던 시기로 상황을 되돌려야 합니다. 이것이 관계 개선의 시작입니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대 교수가 12일 일본 오사카(大阪)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전망' 세미나에서 내놓은 제안이다. 최악의 상황에 처한 한·일 관계의 매듭을 풀기 위해선 우선 상호 방문 등 인적 교류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일 일본 오사카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전망'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주오사카 대한민국총영사관]


기무라 교수는 이날 주제 토론에서 현재의 한·일 관계가 미국의 관여가 거의 사라진 지역 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강력하게 압박했던 2015년의 버락 오바마 정권과는 달리, 현재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안전보장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한·일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배경 하에서 한·일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됐다며 현 상황에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전이나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관리 조치 발동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양국 모두 정권 교체기로, 주요 사안에 대한 교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일 양국 외교의 최대 목적은 "사람들이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고, 그 교류 속에서 원하는 이익을 얻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다른 문제들은 조금 뒤로 미뤄두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주오사카 대한민국총영사관과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동아시아평화협력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기미야 타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등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일 관계의 현황 및 전망을 논의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에서 현재의 한·일 갈등을 '아이덴티티의 충돌'로 정의하면서 "역사적 '사실'보다 역사에 대한 양국의 '집단적 기억'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타협점을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12일 일본 오사카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전망'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주오사카 대한민국총영사관]


그러나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19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을 양국 관계의 토대로 인정해야 하며,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제3국 포함 중재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한·일 양측이 동의하는 제3자 포함 중재위가 절충안을 마련하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양국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보다 훨씬 온화한 수단이며, 현 상황에서 최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청구권협정 3조는 협정에 관한 분쟁은 외교 경로로 해결하며 외교적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중재위 구성을 요구했지만, 한국 측이 응하지 않았다.

이어 기미야 교수는 현재 한·일 갈등이 양국 국력의 대등화, 관계의 다층화·다양화 등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상호보완적 관계'가 '상호경쟁적 관계'로 바뀌면서 역사문제 등에 대한 양국 대립이 선명해졌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앞으로 양국의 논의 역시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져야 하며, 양국 간에 맺은 조약을 존중하는 가운데 보완할 점을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기미야 교수는 "우선 한국이 방안을 제시하고, 일본 정부도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현재의 태도에서 벗어나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사카=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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