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메리칸' 정체성 알리고 싶어요"
“제 이야기에서 저를 분리할 수 없습니다. 한국 사람이란 자부심이 제겐 있거든요. 성장하면서 항상 아시안-아메리칸으로서 스스로 질문했죠. ‘내가 여기 왜 있는 것일까. 내가 왜 미국에 있는 걸까.’ ‘미국 토양에서 우리의 삶이 뿌리를 내린 것인가.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한국계 미국인의 영화를 미국에서 찍는 것은 우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 등의 이야기를 미국에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여 ‘제2의 미나리’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낳고 있는 영화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40) 감독은 12일 오전 이뤄진 화상인터뷰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코메리칸’의 정체성이 작품에 깊게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1981년 엘에이 태어나 할리우드 배우로
영화 ‘푸른 호수’ 각본·연출·출연까지
부산영화제 초청 상영 ‘제2미나리’ 호평
차기작 ‘파친코’ 출연 윤여정 배우 ‘극찬’
“한국콘텐츠 ‘감정 표현’ 탁월해서 인기”
13일 국내 개봉하는 <푸른 호수>는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강제추방 위기에 놓인 ‘안토니오’(저스틴 전)가 부당한 현실에서 아내(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딸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처음 공개됐던 이 작품은 저스틴 전이 각본·연출·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입양인들이 처한 현실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가족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저스틴 전 감독은 한인 이민 2세로 198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할리우드 영화 <트와일라잇>(2008)에서 ‘에릭 요키’ 역으로 열연해 얼굴을 알린 그는, <디셉션> <닥터 켄> <저스트 조단> 등 미국 티브이(TV) 드라마 시리즈에도 자주 출연해 미국인들에게도 낯이 익은 배우 출신 감독이다. 2019년에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이민자들의 삶을 조명한 영화 <미쓰 퍼플>로 미 주류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먼저 “아름다운 영화제에 초청받아 큰 영광이다. 예전에도 한번 부산영화제에 초청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아름답고 인상적인, ‘월드 클래스’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축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뿐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푸른 호수>가 이방인의 정체성을 묻는 영화로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내가 항상 탐구하는 주제는 바로 ‘이방인’이 아닐까 싶다. <푸른 호수>에도 안토니오의 길, 그의 선택, 주변의 선택 등을 통해 ‘삶의 방향성’에 대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두의 고민을 담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특정 한인 입양인의 사연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된 점을 의식한 듯 “입양인 5명을 집중 인터뷰했고, 영화에서처럼 추방될 위기에 처한 9명도 사전에 인터뷰했다”며 “이 분들의 이야기가 다 스토리에 녹아들어갔다”고 밝혔다. 특정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를 본 입양인 분들이 ‘감사하다. 입양인 공동체를 위한 영화다’라고 해주셨어요. 제가 감사한 일이죠. 이제 이 영화는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비롯해 라틴·인도계 입양인들의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차기작인 애플티브이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윤여정에 대한 애정도 피력했다. 그는 “윤 선생님은 정말이지 최고다. 돈을 잘 벌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변함 없이 혼신을 다해 연기를 해온 분이 아니신가.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타협하지 않고 문제나 궁금증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하고 수정하는 열정과 파워풀함이 있다. 크고 정직하고 솔직한 내면에 엄청난 프로 정신을 가진 분이다. 함께 작업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배우 이민호 등이 출연하는 <파친코>의 공동 연출을 맡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심플함”이라고 답했다. “어떤 감정이든 아주 충실하게 담아내면서도 보편적인 정서와 문제를 공감이 가도록 그려내는 거죠. 혼신을 다하는 점이 있어요. 그 뜨거운 에너지가 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 모든 것에 담겨 있습니다. 그 다양한 감정을 과장된 기교 없이 담백하게 이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인간 감정을 담아내는 데 탁월합니다.”
그는 끝으로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 한국의 콘텐츠가 많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람들도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됐다”며 “다만 나는 ‘한’이나 ‘정’ 같은 한국인의 감정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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