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이해관계 부합..銀 올해도 '명퇴' 바람

지난해 5대 銀 명퇴자 2515명 
퇴직금 규모 역대 최고 
연말 연초 최대 규모 명퇴 전망 
직원 인식변화, 파격적 퇴직 조건 
銀 인력 효율화 필요성 부합 

[파이낸셜뉴스] 최근 은행권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명예퇴직 바람이 올 하반기에도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직원들의 인식 변화와 파격적인 퇴직 조건 및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은행들의 인력 효율화 필요성 등이 서로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오는 15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그동안 SC제일은행은 매년 명예퇴직을 시행해 왔지만, 올해는 신청 대상 연령과 보상을 크게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직위, 연령, 근속 기간에 따라 최대 36~60개월분의 특별퇴직금을 책정해 최고 6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여기에 연령에 따라 2000만~6000만원의 창업지원금과 자녀가 있는 경우 최대 4000만원까지 자녀 학자금을 지원한다. 앞서 한국씨티은행도 소비자금융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진 고비용 인력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최대 7억원의 퇴직금을 내건 명예퇴직 방안을 노조 측에 전달했고, 조만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은행권에서의 명예퇴직 규모는 눈에 띄게 증대됐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초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명예퇴직자는 총 251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신청한 1763명보다 750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지급한 퇴직금 규모는 총 1조333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연말 연초에는 대부분의 은행들에서 이전보다 더 큰 규모로 명예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보다 사측과 노조의 이해관계가 부합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금융사 직원들이 정년까지 다니길 원하고 사측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원들이 먼저 명예퇴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제2의 인생 준비 등을 이유로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퇴직금을 받고 퇴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주를 이뤄가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사측에서 퇴직금과 별개로 자녀학자금, 창업지원금 등 파격적인 명퇴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점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요소"라고 전했다.

은행들도 최근의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이처럼 자발적인 명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력 효율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영업점 감축이 두드러지는 등 은행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인력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자발적인 명퇴를 통해 새로운 여건에 맞는 인재를 원활하게 수급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 (은행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