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 비트코인..JP모건 회장 "가치 없다" 씨티 회장 "규제 강화"

김정남 2021. 10. 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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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총회 참석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미국 부채 폭증, 국채금리 급등 우려돼"
"미국은 밝은 도시..미중 갈등 걱정 안해"
씨티그룹 회장 "비트코인 규제 강화해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지독한 경영자’로 유명하다. 부하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은 큰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모든 일을 세심하게 살피며 임직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경영 스타일에서 비롯한 것이다. 어쩌면 구시대 리더십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 그가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건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월가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최고경영자(CEO)다. 금융위기 이전부터 임직원들과 난상 토론 끝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직감했던 덕분이다. 시중에 모기지 대출을 내주는 ‘체이스’와 그 모기지 대출을 거래하는 ‘JP모건’을 모두 살릴 수 있었던 건 그의 까다로운 리더십 때문이라는 평가다.

11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멤버십 총회 첫날 화상을 통해 만난 다이먼 회장은 급한 성격만큼이나 말투가 굉장히 빠르게 직설적이었다. 팀 애덤스 IIF 회장과의 30분 대담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세계 경제를 비교적 낙관했다. 다이먼 회장은 세계 경제 진단을 묻는 첫 질문에 “미국과 유럽 일부의 성장세가 둔화했다”며 “공급망 문제와 델타 변이 확산으로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고 있는 덕에 내년에도 경제는 회복할 것”이라며 “소비가 팬데믹 이전보다 20% 더 늘었다”고 강조했다.

다이먼 회장은 특히 근래 공급망 붕괴에 대해서는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내년으로 가면서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채 폭증, 금리 급등 우려된다”

그는 다만 크게 두 가지를 걱정했다. 첫 번째는 늘어나는 부채다. 다이먼 회장은 “모든 정책 당국자들이 성장만 외치고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빠르게 낮출수록 미국 경제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보다 높다. 그는 “건강한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정책을 잘 조합한다면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연 3~4%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비롯해 웬만한 경제 강국들보다 높은 수치다.

그는 아울러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우려를 전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를 통해 장기국채를 매입하면서 국채금리를 떨어뜨려 왔는데(장기국채 가격 상승),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시작하면 국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국채 금리의 급등을) 계속 우려해 왔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이먼 회장은 그러나 미·중 갈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은 언덕 위에 있는 밝은 도시(shining city)”라며 “모두가 미국으로 오고 싶어 하고, 미국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좋은 이웃이라고 다이먼 회장은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한국, 러시아,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이웃한 나라들과 관계가 너무 복잡하다”며 “(중국 정부의) 부패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강세장’ 비트코인 두고 갑론을박

연례 총회 첫날 또 화제로 떠오는 게 비트코인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장중 1개당 5만7000달러를 돌파했다. 5월 초 이후 5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다만 월가 수장들의 반응은 미묘하게 달랐다. 다이먼 회장은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9월 한 행사에서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맹비난했고, 그 이후 수위는 낮췄지만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고객들이 원하기 때문에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이지, 자신은 비트코인 지지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대담에 나선 존 두건 씨티그룹 회장은 “국제금융감독기구인 바젤 은행감독위원회(바젤위원회)가 은행권에 가상자산 보유에 대해 상당히 높은 요건의 규제안을 내놓았다”며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바젤위원회는 전 세계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는 곳이다. 바젤위원회는 지난 6월 은행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1250%에 이르는 위험가중치를 부과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침을 마련했다. 1250%만큼 다른 안전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존 두건 씨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11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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