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이어진 베토벤과의 대화..'음악에 대한 음악' 향연 속으로

임석규 2021. 10. 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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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가 자랑하고 빈이 사랑하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피아니스트인 김주영 음악평론가는 "후기 현악 4중주, 후기 피아노 소나타 등 베토벤 말기의 다른 작품들처럼 디아벨리 변주곡도 스케일이 크고 구성이 웅대하다"며 "이 곡에 깊은 애정을 보여온 부흐빈더의 연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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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내한공연서 '디아벨리 변주곡' 4개 버전 연주
6번째 내한공연을 하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 제공

오스트리아가 자랑하고 빈이 사랑하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 2012년 첫 내한 이후 올해가 벌써 6번째다. 이번에도 역시 베토벤인데, 레퍼토리가 조금 특별하다.

1819년, 빈의 출판업자 안톤 디아벨리는 간단한 왈츠 선율을 작곡가 50명에게 건네며 변주곡 한곡씩을 의뢰한다. 베토벤, 슈베르트, 후멜, 당시 8살의 어린 리스트와 모차르트의 아들 프란츠 크사버 모차르트도 그 명단에 있었다. 당대 스타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출판하려던 디아벨리의 기획 프로젝트였다. 베토벤은 처음엔 거절했으나 4년 뒤에 33개에 이르는 변주곡을 따로 작곡한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쌍벽을 이루는 작품,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이 ‘피아노 변주곡의 정점’이라고 상찬한 디아벨리 변주곡은 이렇게 탄생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루돌프 부흐빈더. 본인 누리집 갈무리

2020년, 부흐빈더는 베토벤 탄생 250돌을 맞아 현대 작곡가 11명에게 디아벨리의 주제로 현대적 해석의 변주곡을 의뢰한다. 윤이상의 제자로 꼽히는 일본의 도시오 호소카와, 영국의 막스 리히터, 중국의 탄둔, 프랑스의 필리프 마누리 등이 참여한 ‘21세기판 디아벨리 프로젝트’다. 부흐빈더는 이렇게 만든 2장짜리 앨범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내고 세계 순회연주를 진행 중이다. 부흐빈더는 공식적으로 디아벨리 변주곡을 100회 이상 연주했고, ‘무슈 디아벨리’란 별명까지 지닌 ‘디아벨리 변주곡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하다. “내겐 아마도 베토벤의 가장 흥미로운 작품일 거다.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왈츠를 먹고 우리 귀 앞에서 그것을 소화한다.” 이 곡을 ‘음악에 관한 음악’이라고 일컫는 부흐빈더의 연주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24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에서는 그야말로 ‘디아벨리 변주곡의 향연’이 펼쳐진다. 부흐빈더는 디아벨리가 만든 왈츠 원곡과 현대 음악가들이 새롭게 변주한 곡들에 이어 슈베르트, 리스트, 체르니 등 베토벤과 동시대 작곡가 8명의 변주곡, 그리고 베토벤의 33개 변주곡을 차례로 연주한다. 4개 버전의 디아벨리 변주곡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셈이다. 19일 서울과 21일 대전예술의전당 공연에선 ‘월광’ ‘비창’ ‘발트슈타인’ 등 베토벤의 인기 있는 피아노 소나타들을 즐길 수 있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연주하기 어려운 곡으로 손꼽힌다. 1시간을 넘나드는 연주 시간도 부담인데다 기교가 일정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쉽게 엄두내기 어려운 곡이다. 선율의 변형과 리듬의 흐름이 변화무쌍해 시냇물처럼 경쾌하다가 폭풍이 이는 듯 포효하는가 하면 겨울밤 같은 고즈넉함에 빠지게도 한다. 피아니스트인 김주영 음악평론가는 “후기 현악 4중주, 후기 피아노 소나타 등 베토벤 말기의 다른 작품들처럼 디아벨리 변주곡도 스케일이 크고 구성이 웅대하다”며 “이 곡에 깊은 애정을 보여온 부흐빈더의 연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윤철희 국민대 교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피아니스트들이 도전하는 마음으로 다가서야 하는 작품”이라며 “무궁무진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곡이라 베토벤 전문가 부흐빈더의 연주도 남다를 것“이라고 했다.

루돌프 부흐빈더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불렸다. 그가 8살 때 연주하는 모습. 본인 누리집 갈무리

“유유하고 경쾌하고 정처 없는 시냇물과 산들바람처럼 순수하고 꾸밈없는 자연의 손에 의해 연주되어야 가장 효과적이다.” 국내 여러 이름난 피아니스트의 스승이자 ‘건반 위의 철학자’로도 불리는 러셀 셔먼은 좋은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법을 이렇게 제시한 바 있다. ‘5살 빈 국립음대 입학’이란 신기록을 세운 조숙했던 천재 루돌프 부흐빈더, 75살 만년의 시기에 이른 그가 러셀 셔먼의 주문에 어떤 식으로 응답할지 궁금해진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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