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출마자 '0'된 홍콩 입법회 선거..친중진영이 '올킬'하나

정영교 2021. 10. 12. 18: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킨헤이 홍콩 민주당 주석이 지난달 26일 입법회 선거 참여 여부를 논의한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이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차기 입법회(의회)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홍콩 공영방송(RTHK)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오후 6시에 마감한 입법회 선거 예비후보 등록에 한명도 접수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로킨헤이(羅健熙) 민주당 주석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최근 많은 당원이 자격을 상실하거나 체포·구금되었다"고 덧붙였다. 출마 희망자로 하여금 당원 40명의 추천을 받게끔 한 당의 지침이 지켜지기 어려웠던 현실을 환기하는 설명으로 보인다. 그는 또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홍콩에서 중요한 세력"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법회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면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민주당이 선거에 불참하는 첫 사례가 된다. 홍콩의 입법회 선거는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며, 출마 신청자 접수는 이달 30일 시작한다.

이로써 지난달 19일 치러진 홍콩 선거인단 선거에 이어 차기 입법회도 친중진영 인사로만 채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제 개편 이후 처음 실시했던 홍콩 선거인단 선거에선 당선인의 99.7%를 친중 진영이 차지했다.

홍콩 입법회에는 현재 친중진영만 남아있다. 범민주진영 입법의원 15명 전원이 지난해 11월 동료 의원 4명의 자격 박탈에 항의하며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된 '홍콩 선거제도 개편안'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에 따라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의 자격을 위원회가 심사하도록 했다. 또한 홍콩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입법의원 숫자도 기존 35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개편안에 따르면 예비후보 등록을 하더라도 별도의 후보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 지도부는 야권 후보가 이 관문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친중진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선거 출마를 막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도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공식입장과 달리 당 지도부가 출마 문턱을 너무 높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로킨헤이 주석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출마 문턱을 높였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해당 지침은 당의 통합을 위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 역시 중국이 개편한 선거제도를 보이콧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콩의 친중진영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DAB)은 SCMP에 "민주당이 선거를 포기한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며, 민주당이 홍콩 민주진영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