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방치된 울산 대규모 녹지.. 공론화로 개발해법 찾는다[흉물로 방치된 땅]

최수상 2021. 10. 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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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울산 옛 야음근린공원 부지
작년 7월 일몰제로 공원지구 해제
LH, 3500가구 공공임대주택 개발
市, 난개발 방지·주거난 해소 기대
환경단체, 공해차단녹지 보존해야
민관협의체 구성 연말 결론 도출
울산미포국가산단(사진 앞쪽)과 울산 도심 사이에 놓인 옛 야음근린공원(노란색 점선)은 지난 60년 가까이 공원시설로 지정만 됐을 뿐 실제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그 사이 녹지비율도 크게 떨어져 공해차단녹지 기-능이 상실됐다. 울산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60년 가까이 도시공원시설로 묶여 있다가 지난해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공원지구에서 해제된 옛 야음근린공원의 사용 용도를 놓고 지역사회의 갈등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 지역은 83만㎡ 면적의 대규모 녹지지역이다. 울산 도심에서 개발 가능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 늘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19년 12월 국토부로부터 사업지구지정을 받은 뒤 지난해 공원지정이 해제될 때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3500여 가구의 공공임대아파트 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울산시 또한 난개발 방지와 서민 주거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환영했다.

이와 달리 환경운동단체와 야당 정치권은 울산 국가산단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물질 차단기능이 상실돼 시민들의 건강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개발중단을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다행히 양측이 '울산형 숙의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민관협의체'를 구성키로 하면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왜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했나?

울산시 남구 야음동장생포동에 위치한 옛 야음근린공원(이하 야음지구)은 1962년 도시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 도시공원시설로 지정됐다.

총 면적이 83만6453㎡에 이르는 이곳은 공단과 도심 사이에 위치해 했다. 태화강 하구와 울산항이 있는 동남쪽으로는 울산석유화학공단과 접해 있고 북서쪽으로는 울산 최대 번화가인 삼산동과 수암동, 대현동 등 주거지역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야음지구는 59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도시공원시설로 지정만 됐을 뿐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녹지지역 내 설치가 가능한 체육시설과 방송국 송신탑, 장례식장, 도서관이 간혹 들어섰을 뿐 별다른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2900억 원이라는 예산으로 공원지정 지구 내 사유지를 꾸준히 매입을 해 왔다"며 "다만 야음지구는 이러한 과정에서 시민들의 인기가 많은 대왕암공원, 대공원, 선바위공원 등에 순위가 밀려 결국 도시공원 일몰제를 피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울산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애당초 울산시가 야음지구에 대한 실질적인 공원 조성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 2013년 울산농수산물시장을 야음지구에 이전하려다가 논란 끝에 무산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울산시는 국비와 시비 4193억 2200만 원이라는 거액을 투입, 울산미포국가산단과 접해 있는 동해남부선철도변을 중심으로 길이 11.8㎞, 폭 20~500m, 면적 165만 8000㎡의 완충녹지를 조성키로 하고 지난 1997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야음근린공원을 대체할 수도 있는 공해차단녹지를 별도로 조성하면서 울산농수산물시장 이전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공원일몰제를 목전에 둔 2020년 울산의 도시공원 토지보상 배정예산은 전국 2조1800억 원의 0.6%인 겨우 123억 원에 불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단 발암물질 그대로 도심 유입

그러는사이 공원 내 일부 사유지는 텃밭 등으로 훼손돼 차단녹지로서의 기능도 크게 약화됐다. 공원 내 개발행위는 금지됐으나 사유지 전답의 경작행위까지는 울산시가 제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방치가 장기화되면서 전체 면적 중 녹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고작 37%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울산시는 공공임대주택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이같은 녹지 비율을 면적당 63%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대로 환경단체들은 야음지구가 공단의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개발사업의 즉각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울산 공단지역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은 석유화학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등으로 대표적인 발암물질들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결과 울산지역 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과 비교해서 남자는 1.61배, 여자는 1.33배로 가장 높게 나타난바 있다.

야음지구는 공해차단 외에도 화학물질 유출이나 폭발사고라도 일어날 경우, 도심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충지대 역할도 해준다. 만약 이곳에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면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2차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공단 내 기업들도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주거지와 공단이 가까워지다보니 현재 보다 더 많은 공해 민원이 발생할 것이고 이로 인해 투자 위축과 사회적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국가산단 차단녹지는 중앙정부 책임

공원 조성을 위해 사유지를 매입할 경우 3000억 원가량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울산시는 난색을 보였지만 환경단체는 단계적인 보상을 통해 2000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사무처장은 "그동안 국가산단 운영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중앙정부가 원천적으로 차단녹지 조성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피해자들끼리 다툴게 아니라 정부가 비용을 책임질 수 있도록 지금은 울산시가 모든 정치적 역량을 결집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야음지구는 향후 공원으로 조성되지 않거나 공공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녹지는 대부분 사라지고 난개발만 남게 된다. 울산시는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갈등을 조기 봉합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현재 구성 중이다. 이르면 올 연말 쯤 이해당사자들이 최종 결론을 도출해 울산시장에게 권고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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