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부 못하는 학생은 있지만, 공부 못하고 싶은 학생은 없다

박성현 2021. 10. 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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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부산 금정초등학교 교장(전 부산시교육청 장학관)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대한민국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학력 저하 현상이 심화되고 ‘기초학력 붕괴’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기초학력이란 ‘여러 교과를 터득하기 위하여 학습의 초기 단계에 습득이 요구되는 기초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적 학습능력이다. 기초학력 미달이란 교육과정 목표 도달도가 20% 미만으로, 정상적인 학습활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오생 수준을 말한다. 왜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아지고 있을까.

정부는 2017학년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를 중3, 고2의 전수평가에서 3%만 치르는 표집평가로 바꾸었다. 우리 학생들의 기초학력 실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후 4년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3배 증가했고,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대폭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는 코로나19 상황과 겹쳐 더 가속화되고 있다. 드디어 교육부에서 위기상황임을 인식하고 대안마련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학력 저하의 근본적 원인으로 ‘국가 차원의 학력진단 체계 부재’와 함께 사고방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누구나 안다. 전교 1등이 아니어도 100점짜리가 아니어도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명 유튜버가 되기 위해 학업은 뒷전이고 유명 유튜버를 따라 영상을 찍고 제작하는 것에만 몰두한다든가,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게임만 몇 시간씩 몰입하는 아이들도 간혹 본다. 기초학력 저하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탄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현재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전문가가 된 사람들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초학습이 부족하면 기초를 새로 배워가면서 전문적 기술까지 익혀야 하기 때문에 몇 배는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기초학력만큼은 주춧돌처럼 튼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덜 힘들게 더 쉽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향상, 어떻게 해야 할까? 몸에 병이 나면 우리는 병원에 가서 검사, 진단, 치료의 수순을 밟는다. 탄탄해야 할 기초학습에 문제가 생길 때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학생들의 학력 추락 현상을 막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표준화된 기초학력 진단시스템을 구축, 운영해야 한다. 그 출발은 기초학력 평가부터 제대로 해서 학생의 현재수준을 알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습부진의 요인을 학습 내적 요인만이 아닌 가정환경, 정서행동 등의 학습 외적 요인까지 포함하여 다중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해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학생 개인별 맞춤 처방을 하고 가정과 협력하여 결손 요소를 지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학습 결손 요소 보정을 위해 학교 내외를 연계한 유기적 학습지원 체제를 수립하고 활용해야 한다. ‘기초학력 전담교사-담임교사-교육청 및 지역사회 지원 강사, 대학생 도우미-가정’의 학습지원 체제를 만들어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

셋째,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의 정서적 요인 및 학습된 무기력, 학습 트라우마 등을 치유할 수 있는 전문적 상담과 치료 시스템을 갖추어 대상 학생을 치유해주어야 한다. 특히 다중요인 부진아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 상담의 기회를 확대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원격학교를 설립,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 정규교사가 배치되어 정상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원격학교를 통해, 등교 수업을 할 수 없는 학생들도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학력 부진을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외되기 쉬운 소수의 학생에게도 밀착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섯째, 기초학력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이 방과후에 학교에 남아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부진아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라 하여 학부모는 오히려 학교에서의 지도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누군가가 집을 방문하여 지도하는 것(대학생 도우미 등)도 꺼린다고 한다. 학부모와의 충분한 상담으로 학교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력문제 해결의 주체인 선생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력은 학교 존재의 본질적인 이유이고, 정규수업 만으로도 기초학력은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교권은 땅에 떨어졌고 각종 법령이 교사의 손발을 묶고 있어 어려움이 많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희망은 교사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교사가 열정과 사명감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 사회적 지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있지만, 공부 못하고 싶은 학생은 없다. 그래서 교육은 모든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습 부진은 학생들의 삶의 기초 능력 함양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정서에도 상처를 내고 건강한 성장을 방해한다. 모든 학생들이 학습하는 힘을 길러 실력을 가지고 저마다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교를 통해 행복한 삶의 기반을 튼튼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부산형 학력신장-기초학력이 튼튼한 부산 학생’의 큰 길을 지금 열어야 한다.

/박종필 부산 금정초등학교 교장(전 부산시교육청 장학관).

박종필 부산 금정초등학교장(전 부산시교육청 장학관).
/부산=박성현 기자(psh092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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