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공정' '알몸김치' 한국 자존심 건드렸지만 K김치는 날았다

정혁훈 2021. 10.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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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수출액 1억弗 넘어
코로나 '건강식품' 떠오르고
한류 영향으로 김치 관심 쑥
중국 알몸김치 파동·김치공정
각종 논란에 중국산 수입 줄어
지난달 14일 세계지식포럼 `김치 세계화는 가능한가` 세션에서 김치의 가치와 면역력 개선 효능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왼쪽부터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명예교수. [박형기 기자]
김치가 잇단 설화(舌禍)를 딛고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에 허덕이던 김치가 올해 들어 1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김치는 연초부터 이른바 중국의 '김치 공정'에 휘청이더니 곧바로 중국산 '알몸김치' 파동이 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 사건 모두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깎아내렸다. 14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중국 유튜버 리쯔치가 김치와 김치찌개를 직접 만들면서 '중국 전통음식'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일으키더니 국내 식당 김치의 70%가 중국산인 상황에서 윗옷을 벗은 남성이 구덩이에 몸을 담근 채 배추를 절이는 동영상이 온 국민에게 충격을 가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한국산 김치의 세계 시장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수출은 늘고 수입은 감소하면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1145만달러, 수입액은 8609만달러로 2536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2013년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해 작년 1억4451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이 숫자를 쉽게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이 대부분인 수입도 작년까지는 증가세를 유지해왔지만 올해는 8월까지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을 감안할 때 감소세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김치 업계는 '이유 있는 약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치 수출이 어느 날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라 꾸준한 증가세가 누적되다가 작년부터 폭발하는 모양새라는 설명이다.

가장 큰 배경으로 코로나19가 꼽힌다. 팬데믹 공포 속에서 면역력에 좋은 김치 효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김치를 수출하는 대상 '종가집' 관계자는 "과거에는 김치 수출 대상 지역이 일본 위주였다면 작년부터는 미국과 유럽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며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김치와 같은 발효 음식이 면역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폐의학과 명예교수는 김치의 효능을 과학적 논문으로 입증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세계지식포럼의 '김치 세계화는 가능한가' 세션에 참여해서도 "배추는 물론 고춧가루, 생강, 마늘 등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가 코로나19 증상을 완화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설포라판(배추), 알리신(마늘), 캡사이신(고추), 진저롤(생강) 등 영양 성분은 물론 김치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젖산균이 인체 내 항산화 시스템을 강화한다.

여기에 방탄소년단(BTS)이나 싸이 등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K팝과 함께 류현진, 김연아 등 K스포츠 스타들의 활약도 김치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치에 대한 해외의 이 같은 관심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이미 2011년 미국 PBS 방송에서 방영된 한식 다큐멘터리 '김치 클로니클'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당시 프랑스 출신 미쉐린 3스타 셰프이자 미국 내 50여 개 레스토랑 경영자인 장 조르주가 그의 한국계 아내 마르자와 출연해 김치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모습이 현지에서 큰 인상을 남겼다.

연초 잇단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던 김치가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중국산 김치 수입을 줄일 만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중국산 김치 가격이 국산에 비해 30%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 식당에서 수지를 맞추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며 "식당 주인들이 국산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김치를 추가 주문할 때라도 돈을 내는 등 '김치 제값 내고 먹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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