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차질·반도체 둔화·인플레..外人 떠나는 코스피 2900도 위태

강봉진 2021. 10. 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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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35% 떨어진 2916 마감
삼성전자 3.5% 올해 최대낙폭
SK하이닉스도 2.6% 떨어져
꼬리무는 악재에 外人 "팔자"
전세계 경기불안도 하방압력
개미 거래대금 하락세 지속
반등장 이끌 동력도 부족해져

◆ 흔들리는 금융시장 ◆

주가와 원화값이 동반 하락한 1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 앞을 한 직원이 자료를 보며 걸어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국내 증시가 코스피 2900, 코스닥 900선을 위협받으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이에 따른 주요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악재 도미노 현상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악재들이 모두 연결된 이슈여서 단기간에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이다.

12일 코스피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급락으로 2900선 턱밑까지 밀렸다. 특히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16%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3.5% 하락하며 7만원 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만이고 이날 기록한 3.5% 하락은 올해 최대 하락폭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5% 내린 6만9000원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 하락폭이 3% 이상인 날은 1월 18일(-3.41%), 1월 26일(-3.02%), 2월 26일(-3.28%), 8월 13일(-3.38%) 등 네 차례에 불과하다. 1~2월의 하락이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성격이라면 8월은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시점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2.66% 내린 9만1500원에 마감했다. 8월 초에 제기된 반도체 업황 우려는 지난달 말 미국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커졌고, 지난 8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계기로 다시 수면으로 부상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업종의 가격(Price)과 물량(Quantity) 중에서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의 병목 현상으로 물량 증가가 제한되는 것이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 주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종 전반적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상당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이후 실적 추정치를 낮추며 목표주가도 함께 하향 조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 둔화 리스크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하지 않는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익이 다시 증가하는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2조5000억원, 15조원으로 예상하며 목표가를 9만3000원으로 내렸다.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 역시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월에 이어 9월에도 미국의 고용쇼크, 실업률 개선 패턴이 이어졌는데 이는 자발적 실업자가 많아지고 있으며 공급망 병목현상이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공급망 병목현상의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으며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이어 경기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어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런 증시의 부담 요인이 국내 기업의 실적,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 양대 경제대국의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을 야기시키고, 수입물가 상승이 가파른 국면에서 국내 기업 이익 증가율과 코스피 증가율이 둔화돼 한국 경제와 기업 이익에 불리하다"며 "중국이 경기와 헝다그룹 이슈에 대해 별다른 대응이 없는데 중국 정부의 개입이 늦어질수록 중국 및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내 증시의 조정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전의 동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개인투자자의 3분기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3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24조4895억원)를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금리 인상 후 '빚투'를 옥죄는 과정에서 신용거래에 제한이 생기고, 차액결제거래(CFD)의 증거금률이 인상되는 등 증시 주변 자금의 총량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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