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코로나 초기 수준 추락.."약세 국면 연말까지 갈 것"

김혜순 2021. 10. 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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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장중 1200원 급락
원자재發 전세계 물가 상승에
中경제둔화 불안감도 고조
결국 안전자산 달러에 돈 몰려
"원화값 당분간 1200~1210원
1210원 깨지면 가파른 하락"

◆ 흔들리는 금융시장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은행]
달러당 원화값이 가파른 내림세(달러가치 상승)를 이어가며 '외환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대를 장중 돌파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으로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2~7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대확산과 함께 1200원대로 하락, 7월 말까지 1200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3월 20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저점인 1296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1200선으로 가까이 갈수록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수출업체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될 수 있는 만큼 달러당 원화값 하락 속도가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달러당 원화값 하락세를 반전시킬 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전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 위기와 중국 경제 둔화 가능성도 불안 심리를 높이고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순매도하는 것도 달러당 원화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12일 달러당 원화값은 1200원 코앞에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2원 내린 달러당 1198.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중국 산시성에 폭우가 쏟아져 전력난을 악화시키고 중국 석탄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1200.4원까지 떨어졌던 달러당 원화값은 한국은행의 11월 기준금리 인상 예고 이후 점차 진정세를 되찾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는 동결했지만, 대내외 여건 변화 등을 짚어보고,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회의(11월)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 인상은 외국인 투자자 이탈 유인을 약화시키고 달러당 원화값에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값 1200선 돌파 후 하락 속도가 완화될 수 있겠지만 강달러 경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달러당 원화값이 1200~1210원 구간에서 시장과 당국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 국면이 예상된다. 1210원 선이 무너질 경우 원화값 하락 속도가 가파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다음 저점은 1210원을 예상한다"며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저점인데 당시 전 세계 인플레이션 이슈가 제기되는 등 지금과 경제적 환경이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최근 달러당 원화값 하락은 단기 '오버슈팅(일시적 요인에 따른 과도한 상승)'이 아니라 좀 더 길게 이어질 추세로 봐야 한다"며 "1200선을 뚫은 이상 1220원까지 환율이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백석현 연구원은 "달러당 원화값은 중국 경제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중국 전력난이 심각한 가운데 전력 수요가 가장 강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1200선 돌파 시 원자재 수입업체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외환당국이 개입해 환율 추가 상승을 저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달러당 원화값 하락이 가팔라지면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며 "오버슈팅 국면은 아니지만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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