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경남 3군 "부산 식수공급 반대"

박승철 2021. 10. 12.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갈등에 발목 잡힌 지역경제
정부, 합천 황강·창녕 길곡서
45만톤 타지역 공급계획 발표
3개군 "영농활동 불가능해져
부산 생수통 노릇 안해" 격앙
"낙동강 수질개선부터" 주장도
경상남도가 물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6월 내놓은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에 경남 거창·창녕·합천군 주민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은 합천군 황강 하류에서 45만t, 창녕군 길곡면 강변 여과수 45만t을 취수해 창원·김해·양산 등 중·동부 경남에 45만t을 우선 공급하고 잔여 수량을 부산에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거창·창녕·합천군 주민은 낙동강 본류 수질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물을 끌어올 생각만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우리가 부산시민의 생수통이냐?" "부산, 동부 경남 등 표가 많은 지역에 혜택을 주는, 표만 의식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과 동부 경남에 대체 식수를 공급하는 문제는 30년이 넘은 이 지역의 해묵은 숙제다. 1990년대 초반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이후 부산과 동부 경남에 깨끗한 대체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당시에도 정부는 합천군 황강 하류에서 부산에 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96년 이 지역 주민들은 트랙터 등 농기계를 몰고 거리를 메웠다. 당시 합천군 주민은 합천댐 사무소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국도를 점거하면서 저항했고 황강 취수장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김종배 길곡면 부면장은 "1996년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길곡면 주민들은 강변 여과수 45만t을 취수하면 영농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김찬수 길곡면 강변여과수 개발반대 대책위원장은 "이 지역에서는 오이, 고추, 토마토 등 특수 작물을 주로 재배하는데, 지하에서 강변 여과수를 취수하면 10년 내에 영농활동이 불가능해진다"며 "농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내놓은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배 부면장은 "정부에서 창녕군이 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손해는 길곡면 주민 1500명이 보고 지원금은 창녕군 14개 읍·면 전체에 주는 방안도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농어촌공사가 8000억원에서 1조원을 들여 길곡면 농지를 매입하고 이를 임대로 전환한다면 타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합천군에서는 지난해 수해 보상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방안을 내놨다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합천군 환경위생과 전영실 씨는 "합천군에는 기존에 적중 정수장이 있는데 이미 상수원 보호구역과 공장설립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면서 "정부는 그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종철 합천군 황강 취수장 설치반대 군민대책위원장도 "규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자기 지역에 취수장이 들어온다고 할 때 전 국민이 반대하는 것은 취수장이 있는 지역은 발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거창군에서는 아예 논의 자체에서 소외돼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강변 여과수를 취수하는 창녕군이나 지역 내에 취수장을 설치하는 합천군과 달리, 직접 취수가 없어 논의 테이블에 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군 환경과 김성남 씨는 "거창군은 황강 취수장 설치 예상 지역과 60㎞ 이상 떨어져 있지만 황강 수계의 최상위에 위치한다"면서 "황강에 위치한 합천댐 물 86%가 거창에서 오고, 거창의 물은 100% 합천댐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씨는 "합천댐 담수량은 2011년에서 2018년까지 56%, 최근 2년간을 제외하면 8년간 49.5%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현재 물의 양만 가지고 환경부에서 이야기하는 취수량을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김씨는 "2~3년 전 부산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진주 남강댐에서 취수한다고 했다가 안 되니까 인구가 적은 만만한 지역을 택한 것 아니냐"면서 "근본적으로 낙동강 본류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거창·창녕·합천 = 박승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