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만취운전차, 車 4대가 에워쌌다..강변북로 시민 추격전[영상]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다른 차들도 막아준다. 빨리 같이 막아봐. 경찰에 신고해서 얼른 잡아야 해. 사고 나면 안 되잖아.”
음주운전 차량을 뒤쫓고, 경찰이 안전하게 검거할 수도 있도록 도운 강정훈(27·남)씨와 최주영(28·여)씨 부부의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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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만취운전자 멈춰 세운 시민들
지난 8월 15일 오후 9~10시쯤. 강씨는 당시 서울동부간선도로 월릉교 부근을 지나다 차선을 넘나들고 급정거하는 등 위태롭게 주행하는 한 차량을 발견했다. 40대 남성 A씨는 당시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강씨는 초반엔 ‘졸음 혹은 난폭 운전인가’ 의심하면서 112에 신고한 뒤 일정 거리를 두고 A씨 차량을 따라갔다고 한다. 아내 최씨와 두 아이가 함께 차에 타고 있어 만일에 있을지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A씨 차량이 강변북로 일산방향으로 진입한 후엔 비상등을 켠 다른 차량이 하나둘 함께 따라붙어 총 4대가 A씨 차량을 뒤쫓았다고 강씨는 설명했다.
위험하게 강변북로를 달리던 A씨 차량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방면으로 빠져나가다 신호대기로 멈춰 섰다. 이때 시민들의 차량 4대가 A씨 차량을 에워싼 뒤 A씨의 운전을 막기 위해 각자의 차에서 내렸다. 이때 강씨는 A씨가 음주 상태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시민들이 막자 “차 좀 빼겠다”던 A씨는 다시 도주를 감행했다. 시민 4명은 다시 A씨를 쫓아갔다. 그러다 한강대교 북단에서 신호대기에 걸린 A씨 차량을 앞뒤 양옆으로 바짝 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시민의 신고로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들은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의 음주측정 결과 A씨는 면허 취소 수준을 초과하는 만취 상태였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서울 노원구에서부터 약 20km를 운전한 A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선의의 피해자 생길까 봐 용기 내”
용산경찰서는 12일 A씨를 검거하는 데 기여한 시민 3명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수여했다. 4명 중 1명의 차주는 신원조회가 원활하지 않아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일 A씨가 위험하게 운전해 여러 번 사고가 날 뻔했다”며 “다른 시민들이 큰 피해를 볼까 봐 따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 최씨는 “처음에 남편이 음주운전 차량 같다고 했을 땐 무서워서 손이 덜덜 떨렸고 피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하나둘씩 비상등을 켜고 모여드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임종범(35)씨는 “당일 아내와 두 살배기 아이와 한강 공원에 놀러 갔다 집에 가는 길이었다”며 “A씨 차량이 위험해 보여 경찰에 신고하고 안전거리를 두면서 따라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뉴스를 접했을 때 안타까웠다”며 “내가 소중한 가족을 지키고 싶듯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될 것 같아 뒤쫓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주현 용산서장은 “시민들이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서로 힘을 합해 막아 세웠다”며 “안전하게 검거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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