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대신 전람회?..국방발전전람회 첫 개최한 북한

박은경 기자 2021. 10. 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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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맨 앞)이 국방발전전람회장을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인 10일 처음으로 ‘기념강연회’를 연 데 이어 11일에는 ‘국방발전전람회’를 최초로 개최했다. 북한 ‘최대 정치적 명절’인 당 창건일에 열병식이나 도발적 행동 대신 새로운 형식의 기념행사를 연달아 선보인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김 위원장의 특성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12일 조선중앙통신은 “당 창건 76주년을 맞으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성대히 개막했다”면서 “전람회장에는 최근 5년간 개발생산된 각종 무기, 전투기술기재를 위주로 강력한 조선(북한)의 국방력이 집결되였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관련 사진을 보면 전람회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등 최근 북한이 시험발사했던 신형 미사일 등이 전시됐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맨 앞)이 국방발전전람회장을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화성-14형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된 상태로 전시됐다. 기존보다 기동성과 탐지·추적 능력을 키워 지난달 30일 시험발사했던 신형 반항공(지대공) 미사일도 전람회에 등장했다. 북한이 올해 3월 새로 개발해 시험발사했던 신형전술유도탄도 포착됐다.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라고 불릴 만한 신형 무기도 등장했다. 외형상 뾰족한 탄두 형상 등이 북한판 개량형 이스칸데르인 KN-23과 유사한 형상으로 수중 발사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SLBM ‘북극성-5ㅅ형’과 ‘북극성-1형’ 등도 전시됐다.

북한은 지난해 당 창건 기념일에는 열병식을 열고 다탄두 미사일 형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을 공개했는데 올해는 전람회를 통해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전람회에 대해 “대규모 열병식에 못지 않은 일대 국력시위”라고 표현한 점으로 볼 때 열병식 대체 성격의 행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 데다 지난달 9일 열병식을 진행한 점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달 정권수립 73주년 기념일에 정주년이 아님에도 비정규군을 내세운 민간·안전무력 열병식을 했기 때문에 주목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적지 않은 비용과 인민들의 노력이 동원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5년간 국방력을 집결한 전시회를 통해 열병식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서구 사회에서 주로 진행하는 전시회 방식을 통해 정상국가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 남측의 합동 무기체계 발전 전시회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 등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기념일 당일인 10일에는 처음으로 인민을 강조하는 기념 강연을 했다. 새로운 형식의 행사를 선보여 온 김 위원장의 독창적 통치 방식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당 창건 기념강연회, 자정에 열리는 열병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전과 성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충성심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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