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남산주차장 점령한 슈퍼카.. 음악 틀고 수십명 모이는데 구청·경찰은 속수무책

이학준 기자 2021. 10. 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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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차주들 방역수칙 무시하고 매주 수십명 모여
슈퍼카 배기음에 음악까지.. 소음공해도 심각
경찰은 "집에 가라" 말만.. 구청도 속수무책

지난 8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남산도서관 공영주차장이 수많은 차량과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이른바 ‘슈퍼카’들이 우렁찬 배기음을 자랑하며 야외 주차장으로 줄지어 들어왔다. 200여대만 한정 판매돼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라페라리 아페르타’도 눈에 띄었다.

자정이 넘어가자 트렁크를 대형 스피커로 개조한 차량이 음악을 틀고 볼륨을 높였다. 슈퍼카 차주 등은 기다렸다는 듯 스피커 주변으로 몰려들어 환호를 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쓰는 ‘턱스크’ 상태였다. 일부는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지난 9일 새벽 1시쯤 트렁크를 대형 스피커로 개조한 차량 주변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몰려있다. 스피커는 각종 클럽 음악들을 매우 큰 소리로 재생하고 있었다. /최정석 기자

이 모임은 자동차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은 없지만 매주 금요일 또는 주말 밤 이곳에 모여 일종의 ‘파티’를 진행해 온 것이 정기적인 행사처럼 굳어졌다. 당초 이들은 남산 꼭대기 광장에서 모임을 진행했으나, 광장에 공영주차장이 생기면서 장소가 이곳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 목적은 다양했다. 서로 친목을 형성하거나, 본인이 소유한 슈퍼카를 과시하거나, 슈퍼카를 구경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 이날 본인 소유 자동차를 타고 모임에 참석한 A씨는 “여긴 누가 모이자고 해서 모이는 게 아니다”며 “아는 사람만 알아서 찾아오는 그런 곳”이라고 설명했다.

수십 명이 모이는 일종의 파티가 계속 열리는 셈인데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실제로 이날도 경찰이 두 차례나 현장에 출동했지만, ‘집에 가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경찰이 사라지면 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다시 음악을 틀고 파티를 이어갔다.

남산도서관 주차장에 경찰이 도착했지만 모여 있는 이들을 해산하지 못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지역 주민들의 자동차 배기음과 음악 소리에 주말 밤마다 시달리고 있었다. 남산도서관 인근 회현동의 모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강모(75)씨는 “주말뿐만 아니라 가끔 평일에도 저렇게 모여든다”며 “집에 있어도 시끄러운 건 피할 수가 없어 오죽 힘든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후암동에 거주 중인 또다른 주민 유모(57)씨는 “집에서 남산도서관 쪽 도로가 내려다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 사는데 밤만 되면 미쳐버릴 지경”이라며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트는 등 소음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잔다”며 하소연했다.

관리·감독 기관들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도서관 자체가 구립이 아니고 서울시립이기 때문에 관할이 아니라 단속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주차공간이 부족한 시민들을 위해 밤 12시부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해둔 공영주차장을 자동차 동호회 등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아지트로 악용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만약 주차장을 일방적으로 막아버리면 실제 주차 용도로 이용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말마다 소음공해, 거리두기 위반 등으로 신고가 많이 들어오지만, 단속에서 강제성을 지닌 구청 직원들의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신고 직후 구청 직원들과 경찰이 합류해 출동해야 그 자리에서 강제성 있는 단속이 가능한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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