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대신 무기전람회 연 김정은 "남조선 주적 아니다"

정용수 2021. 10. 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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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의 군사력 보유 최중대 정책"
전략무기 전시회서 한·미 압박
북한이 지난 11일 평양 3대혁명 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 중간 뒷짐)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노란 동그라미)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빨간 동그라미) 등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 왼쪽)과 극초음속미사일(중간 노란색 뾰족한 무기)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며 국방력 강화를 주문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2일 전했다. 전날 평양의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자위-2021, 무기전시회) 연설에서다. 김 위원장은 “그 누구도 다칠(건드릴)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드팀 없는 최중대 정책이고 목표이며 드팀 없는 의지”라며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10일) 당 창건 기념강연회에서 대외 문제 언급을 삼갔던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선 한국과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남조선은 우리(북한) 무장력이 상대(공격)할 대상이 아니다”며 “분명코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주적(主敵)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며 북한 핵·미사일 전력 증강을 정당화했다. 북한의 무기는 대남용이 아니라지만 북한의 장사정포, 스커드 미사일, 잠수함 전력 등 북한의 모든 전력은 남한을 향하고 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당 창건 기념일(10일)을 맞아 무기전시회를 열고 이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 1년 동안 세 차례의 열병식을 열고 정규ㆍ비정규군 무력을 과시했다”며 “당 창건 기념일 행사의 일환으로 이전에 없었던 무기 전시회를 개최한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지난 1월 8차 당 대회, 지난달 9일 정부수립기념일을 기해 열병식을 했다. 신무기 공개의 무대로 삼아온 열병식이나 미사일 발사 대신 이번에는 무기 전시회를 통해 대내 결속을 다지고,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전세를 역전시키는 무기인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미사일(화성-8)을 비롯해 최근 5년간 개발한 무기들을 모아 놓고 전시를 하면서도, 특수부대의 시범, 전투기 비행 등 열병식을 연상케 하는 행사를 했다. 조선중앙통신도 “대규모 열병식에 못지않은 일대 국력시위”라고 정의했다.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지난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무술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F-35·글로벌호크 콕 짚어 비난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한국군의 현대화를 견제하고 미국을 향한 비난에 집중하면서 행간에는 남북, 북ㆍ미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과 요구를 담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한국군의 스텔스기전투기(F-35 전폭기)와 고고도무인정찰기(글로벌호크) 등 첨단무기 도입과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른 신형 미사일 독자 개발을 콕 짚어 비난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도발’ ‘위협’ 쓰지 말라…사실상 대남 요구


또 “더 위험한 것은 그들(한국군)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며 “남조선에서 ‘도발’과 ‘위협’이라는 단어를 ‘대북전용술어’로 쓰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이중적 잣대’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남·대미 요구 사항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김 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직접 등장해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구서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남조선은 공격 대상이 아니라고 거론한 것 역시 한국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적대시 정책, 즉 대북제재 정책의 철회에 나서도록 적극 설득하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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