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결국 SH사장에 '부동산 저격수' 김헌동 지명

허남설 기자 2021. 10. 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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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우철훈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후보자에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지명했다. 임명 전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시의회에선 한차례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를 다시 후보자로 올렸다는 점을 들어 ‘청문회 보이콧’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는 12일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을 SH공사 사장 후보자로 지명했다”라고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은 경실련 활동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저격수’란 별명을 얻은 인물로, 오 시장이 정책적·정무적 능력을 모두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본부장은 2000년부터 경실련에서 일하기 전엔 한 건설회사 부장을 지냈다. 20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도 일했다.

김 전 본부장도 지난 9월15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오 시장과 ‘정책적 교감’을 나타냈다. 그는 “오 시장이 2006년 시장이 됐을 때 경실련에 와서 했던 약속을 잘 지켜서 집값을 잡는데 기여했다.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분양 3종 세트를 잘했다. 지금이 그런 걸 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저격수’는 왜 SH사장을 고집하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3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본회의 시정질문에 참석해 김경우 시의원 질문에 답하는 장면이 본회의장 내 화면에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시의회에서는 김 전 본부장 지명을 불편해 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번 지명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오 시장과 시의회 사이 ‘기싸움’으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SH공사 사장 공모에 응모했다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면접 이후 탈락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오 시장 측은 당시 시의회의 정치적 의도가 지나치게 작용했다고 본다. 임추위는 서울시 추천 위원 2명, 시의회 추천 위원 3명, SH공사 추천 위원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시의회 추천 위원들이 김 전 본부장에게 현저하게 낮은 점수를 줘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시의원 110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99명이다.

반면 시의회에는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임추위는 지난번 공모 과정에서 김 전 본부장이 탈락한 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출신 인사 1명씩 2명을 추천했는데, 오 시장이 이들을 모두 지명하지 않으면서 공모가 무산됐다.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을 낙점했는데, 그가 지명 전 단계에서 탈락하자 절차 자체를 무산시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기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SH공사 사장 임명이 시급하다고 보고 시의회에 빨리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요구 중이다. 반면 시의회는 오는 11월 정례회를 열어야 청문회 개최가 가능하다고 본다. 시의회 일각에선 청문회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와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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