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바이든 합의물도 딴지.."동맹 군사 활동 위험수준"

유지혜 2021. 10. 12. 15: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11일(현지시간) 유엔 제1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 웹티비 캡처

북한이 이중기준 및 적대시 정책 철폐를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걸고 한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유엔에서 한ㆍ미 동맹의 방위력 강화 노력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비한 협상력 제고 시도로, 미국을 향해 먼저 핵을 감축하라고도 주장했다.


北, 한반도 美 핵자산 전개 비난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11일(현지시간) 군축 문제를 다루는 유엔 제1위원회에서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미국의 핵 위협으로 꼽으며 “미국과 한국 간 동맹의 군사 활동은 제약을 받지 않은 채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최근의 미사일 지침 해제가 그렇다”면서다.

그는 또 “미국은 핵추진항모와 핵잠수함 등을 때때로 한국이나 인근에 배치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전략자산 전개를 문제 삼았다. 김 대사는 “북한의 자위적 억제력 강화만 도발로 비판받고 미국과 한국 간 동맹의 군사 활동은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이는 한반도의 파괴적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며 전쟁 발발 가속화까지 언급했다.

지난해 동해 공해상에서 실시된 연합훈련에 참여한 미 루즈벨트함. 사진 미 해군

미국을 겨냥했지만 사실 이는 한국에 대한 요구로도 볼 수 있다. 특히 동맹을 대놓고 저격한 건 ‘동맹의 일방인 한국이 생각을 달리하면 상황이 변할 수 있지 않으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확장억제 강화” 한ㆍ미 정상 합의물


전략자산 전개만 하더라도 핵우산 등 확장억제력 강화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는 지난 5월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물에서도 언급됐다.

공동성명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ㆍ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ㆍ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했다”고 돼 있다.

지난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김 대사가 지적한 미사일 지침 해제 역시 당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결국 북한은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과의 동맹, 북한과의 관계 개선 중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


中 때리는데 北 더 난리


특히 북한이 최근 중국과 부쩍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견제 행보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ㆍ영국ㆍ호주 3국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발족과 관련, 김 대사는 “미국이 비핵보유 국가(non nuclear-weapon state)인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것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적 비확산 의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패권 유지를 목표로 한 미국의 노골적 무력 과시, 잦은 군사훈련과 전략자산의 활발한 이동은 1960년대 냉전을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이달 초 미국, 영국, 일본의 항모 4척과 6개국 함정들이 남중국해에서 펼친 ‘항행의 자유’ 작전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가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함께 3국 간 안보협의체를 발족한다는 합동 화상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처럼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북한이 발 벗고 나서 반발하는 건 미ㆍ중 간 전략 경쟁 구도에서 미국을 향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중국 역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게 미국을 상대할 때 유리하다. 또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에 대해 미국이 꿈쩍도 하지 않는 가운데 북한에는 중국과의 협력이 경제난 돌파를 위해 긴요한 것도 사실이다.


北 “책임있는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김 대사가 이날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를 위해서는 핵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먼저 핵 감축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미국에 우선적 핵 감축을 요구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동등한 핵보유국으로서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에 대해 ‘비핵보유 국가’ 운운한 것도 마찬가지다. 비핵보유 국가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어떤 종류의 핵무기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국가들이다. 북한은 NPT 탈퇴 의사를 밝히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오래다. 김 대사는 이날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라는 표현도 썼다.

이날은 마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종전선언 등을 위한 한ㆍ미 간 협의를 위해 미국에 도착한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등을 위해 본격적 대미 설득전에 나선 날 북한은 동맹 때리기를 통해 몸값 높이기 전술을 구사한 셈이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를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김정은 총비서가 국방력발전에 공헌한 성원들에 대한 표창수여를 하고 있다. 뉴스1


마침 서훈 워싱턴 도착한 날…


직전인 11일(한국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면서도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

또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말보다 행동에 나서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김성 대사는 유엔 발언에서 “미국은 공격적 훈련과 한반도 및 주변에 대한 다양한 핵전략 자산 전개를 영구적으로 중단하라”고 기존의 요구를 반복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