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 주적 아니다"..'대적 사업'도 '최대 주적'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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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한미를 향해 "주적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한미를 다시 외교, 즉 대화의 상대로 상정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김 총비서의 시정연설에서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를 철회하라는 '대화의 조건'이 제시되고, 당시 연설에 이어 이번 연설까지 전체 주민들이 보는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은 이제 북한의 대외 행보 기조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국가의 사업'이 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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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당 대회에서는 미국에게 '최대의 주적' 표현 구사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한미를 향해 "주적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한미를 다시 외교, 즉 대화의 상대로 상정했음을 시사한다.
김 총비서는 전날인 11일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에 참석해 기념연설을 통해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와 올해 한미에 연이어 '적'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지난해 6월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라는 입장문을 통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하며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이 당시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대한 우리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난하며 내린 조치였다. '대적 사업'을 통해 북한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남전단 살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완화된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는 행보도 예고하기도 했다. 결국 김정은 총비서의 '보류' 결정으로 이행되진 않았다.
북한은 이후 추가적인 대남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대적 사업'의 공식적인 철회도 선언하지 않았다. 김 총비서가 작년 10월 당 창건 기념일 연설에서 일부 유화된 대남 메시지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사문화된 조치로 해석되기는 했다.
올해 1월 북한의 향후 5년의 국가 계획을 정하는 당 대회에서는 미국을 향해 '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김 총비서는 당시 사업총화 보고에서 '최대의 주적'이자 '기본 장애물'인 미국을 제압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출범에 맞춘 강경한 메시지로 북미 긴장이 재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김 총비서의 연설로 이 같은 북한의 외교 기조는 완전히, 그리고 공식적으로 '전환된' 셈이 된다.
북한은 지난 6월 전원회의 때의 김 총비서의 언급(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 이후 대외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기조를 공고히하지 않았다. 김여정 당 부부장의 잇따른 담화도 내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김 총비서의 시정연설에서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를 철회하라는 '대화의 조건'이 제시되고, 당시 연설에 이어 이번 연설까지 전체 주민들이 보는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은 이제 북한의 대외 행보 기조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국가의 사업'이 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일단 한미를 '대화 상대' 자체로 보겠다는 북한의 대외 기조 전환으로 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외교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처음으로 본격화된 셈이 된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에 임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단 새 국가 기조가 제시될 내년 1월 김 총비서의 신년사까지는 물밑 접촉과 기싸움이 반복되는 외교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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