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인형은 여자아이만 갖고 놀 수 있나요?'..캘리포니아, 장난감 가게에 '성중립' 구역 설치 의무화
[경향신문]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장난감 가게에 인형, 로봇, 블록 등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을 한 곳에 진열해두는 성중립 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2024년부터 시행한다. 일부 시민들은 장난감 가게에 성중립 구역이 생기면 아이들의 성별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며 법안을 반겼지만, 일부 장난감 기업들은 주정부가 기업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CBS방송은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가 대형 장난감 판매점에 성중립적인 방식으로 장난감을 진열하도록 규제한 미국 최초의 주가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9일 개빈 뉴섬 주지사는 성중립 구역 설치 의무화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은 직원 500명 이상 대형 매장에 적용되며 2024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성중립 구역 설치 규정을 어기면 250달러(약 30만원) 정도의 소액 벌금을 물게 된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 소속 에반 로우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어린이들에게 특정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지 않고,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것을 멈추기 위해 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로우 의원은 법사위에 제출했던 자료에서 “전통적으로 소년 구역에는 공구 세트 종류의 장난감이, 소녀 구역에는 아기 돌보기, 패션, 집안일 관련 장난감이 많았다”며 “사회 구조가 만든 성역할에 따른 장난감 분리는 현대사회의 사고와 반대된다”고 적시했다.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라 다른 종류의 장난감을 사용하는 것은 특정 분야의 능력을 기르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영국 성평등 시민단체 포싯소사이어티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공구 종류의 장난감을 가질 기회가 적은 소녀들과 돌봄과 관련된 장난감과 거리가 먼 소년들은 각각 수학에 대한 이해도와 양육 및 공감 기술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장난감 판매업체들이 성중립 구역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 주정부가 사업주들의 마케팅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했다고 전했다. 성별마다 제 역할이 있다고 말하는 보수 성향의 단체들도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법률관련 시민단체인 퍼시픽저스티스인스티튜트는 “이번 법안은 소매업체에 탈성별 이데올로기를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몇몇 장난감 제조·판매 업체들은 이미 아이들을 성별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유명 유통업체인 타겟은 2015년부터 소년과 소녀로 분류돼 있는 구역을 없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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