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요코하마 축구 영화제에 상륙한 K리그 팬, 성남의 '우리 동네 축구팀'

김유미 기자 2021. 10. 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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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지난 6일부터 부산광역시 일대에서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펼쳐지고 있다.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으로, 감독과 배우, 영화 팬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영화제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BIFF가 '아시아 영화인의 연대'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에는 축구인들의 연대를 꿈꾸는 영화제가 매년 열린다. 2011년 출발한 '요코하마 축구 영화 페스티벌(Yokohama Football Film Festival, YFFF)'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0일, 2021 요코하마 축구 영화제에서 특별한 작품이 상영됐다. 선수 시절 요코하마 연고 클럽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활약한 故 유상철 감독의 추모 영상, 성남시에 거주하는 성남 FC 대학생 팬들이 연출하고 제작한 다큐멘터리 <우리 동네 축구팀>이다. 성남 FC 서포터스 그룹 'BSM'은 애초 각 10분 분량, 총 6회로 제작한 <우리 동네 축구팀>을 50여 분 분량으로 편집해 일본어 자막을 붙여 요코하마 축구 영화제에 출품했고, 요코하마 축구 영화제에서 '베스트 서포터상(Best Supporter Award)'을 수상했다.

<우리 동네 축구팀>은 말 그대로 그들의 '우리 동네'에서 활동하는 축구팀 '성남 FC'와 서포터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경기장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팬들의 이야기와 목소리가 담겼다. 대단히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K리그 팬이라면, 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쉬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동네 축구팬'의 이야기다.

<베스트 일레븐>은 BSM이 요코하마 축구 영화제 상영회를 마친 다음날(11일), 제작에 참여한 성남 서포터 조원희(이하 원희)·김현수 씨(이하 현수)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뒷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b11: 안녕하세요. 두 분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원희: 안녕하세요. 성남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교까지 다니고 있는 성남 FC 팬 조원희입니다. (b11: 이름이 특이하신데요.) 안 그래도 처음 서포터 가입한 날 형님들이 사상 검증(?)을 했습니다. 수원 삼성 욕을 세 번쯤 하니까 동료로 받아주더라고요(웃음).

현수: 2007년부터 성남을 응원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성남을 응원할 서포터 김현수입니다.

b11: <우리 동네 축구팀>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희: 고등학교 때 영상 제작을 배웠어요. 다큐멘터리를 배웠는데, 동네에 있는 성남이라는 팀에 대해 찍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넷플릭스에서 <죽어도 선덜랜드>를 보고 서포터스 활동을 하며 찍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b11: 기획 의도나 특별히 보여주고자 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원희: 성남이라는 팀이 성남시에서는 유명하지 않거든요. 저희가 성남미디어센터에서 지원을 받아서 제작을 했는데, 짐벌 구입하고 식사하는 정도의 저예산으로 제작을 했어요. 이 사업이 마을 미디어 사업이라는 건데, 성남 홈경기가 마을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축제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성남시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없잖아요. 우리 지역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고, 매주 축제가 벌어진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어요.

현수: 편집을 하면서 중요하게 느꼈던 게 첫 5분, 첫 시퀀스였거든요. 첫 5분이 바로 기획의도라고 생각해요. <우리 동네 축구팀> 1화 첫 부분을 보면 원희의 독백으로 시작해요. "이 정도의 역사와 브랜드를 가진 팀이 왜 이렇게 팬이 적을까"라는 말로요. 그리고 "세상에는 많은 축구팀이 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이어지죠.

b11: 많은 축구 콘텐츠들이 팀이나 선수에 집중하는데요, <우리 동네 축구팀>은 서포터스 스토리라 신선했던 것 같아요. 더 담고 싶었던 이야기는 없었나요?

원희: 팬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분들께 저희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수원 삼성이나 울산 현대 같은 팀은 지역 분들이 우리 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성남은 시민구단임에도 여전히 "일화 아니냐?"하는 분들이 계시고요. 저는 서포터스 활동을 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b11: 사실 한국에서 'K리그 서포터스'라고 하면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박혀 있거든요.

현수: 강성은 흔히 울트라스라는 이름으로 대표되죠. 저는 거기에서 활동을 했고, 울트라스 그룹을 만들기까지 했던 사람이라 '강성이 뭐가 나쁘지?'라는 생각부터 들어요. 처음 영상을 만들고 커뮤니티에 공유했을 때에는 그런 것에 대한 비판, 욕을 많이 하는 서포터스를 왜 홍보하느냐는 댓글도 많이 달렸어요. 그런데 사실 다 똑같잖아요, 좋아한다는 게. 저희는 북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른다 뿐이지, 성남을 좋아하는 마음은 어느 팬이나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영상이 점점 극적으로 전개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안좋은 이야기들도 '너희들도 다 똑같구나'라는 의견으로 변해갔던 것 같아요. 다만 편집을 하며 그런 의도를 따로 담으려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우리가 원래 하던 것들을 담아내는 게 최우선이었죠.

b11: 예전에는 성남 서포터스가 여러 소모임으로 나뉘어져 있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셨나요.(성남 서포터스 그룹은 2021년 블랙리스트라는 연합 모임으로 개편됐다.)

현수: 원희와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점이 있는데요. 저는 성남 팬들이 분열된 시간이 길었다 보니 '쪼개져 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하며 무뎌져 있었어요. 원희는 쪼개진 서포터스를 하나로 묶고자 했고요. 영상 제작도 그런 취지였어요. 다양한 그룹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으며 새로운 기분이 들더라고요.

원희: 이제는 하나예요. 블랙리스트라는 서포터스 연합체가 출범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영화가 주는) 하나의 부수적인 영향인 셈이죠.

b11: 제작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원희: 경기장에 간다고 하면, 그 순간부터 촬영이었어요. 누가 카메라를 들 것인지, 어떤 콘셉트로 어떤 타이밍에 질문을 할 것인지 정했고요.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실제 일어나는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중간 중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우리 몫이었어요. 현수와 일주일에 일곱 번을 만났어요. 촬영은 경기 날에 대부분 이루어졌지만, 진짜 촬영은 끝난 후부터거든요.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둘 다 대학생이고, 현수는 전역하고 얼마 안 된 휴학생이라 시간을 잘 쓸 수 있었죠. 그 이후 현수가 복학을 했고, 저도 회사 인턴을 하게 되면서 시간을 어떻게든 할애하는 게 버거웠습니다.

b11: 지난해부터 무관중 경기가 많아서 원하는 그림을 담아내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현수: 팀원들과 같이 경기를 본 게 어머니께서 운영하셨던 술집이었어요. 지난해 당시에는 모이는 인원에 대한 제한은 없어서 가게가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그래도 경기장에 가는 장면이나 걸개를 제작하는 모습을 담았어요. 가장 아쉬웠던 건 저작권 문제로 경기 장면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요. 최대한 팬의 모습을 담는 식으로 밖에 잡을 수가 없었어요. 중계 소리나 사람들의 얼굴로만 경기 상황을 유추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죠.

b11: 그밖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원희: 영상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효과 같은 게 아쉬웠습니다. 다큐멘터리라서 많은 효과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전문적 지식이 있었더라면 그림이 더 예쁘지 않았을까 해요. 처음에는 출품이라는 생각 자체를 안 했는데, 결과물이 나오고 나니까 이런 쪽에 지식이 많았더라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게요.

b11: 그럼 영상 관련 전공자가 하나도 없었던 거네요.

원희: 아예 없죠. 현수는 철학과, 저는 컴퓨터공학과예요. 전반기 편집은 제가 거의 다 했고, 총괄, 디자인, 자막 같은 건 현수 몫이었어요. 후반기 편집 때에는 현수가 편집을 배워서 거의 대부분 했고, 저는 총감독 느낌으로 지휘했습니다. 카메라는 사규민 씨가 이런 구도로 찍고 싶다며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촬영을 했어요. 채영준 씨는 1차 편집하면 감수를 맡았고, 문현규 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서 모든 번역을 해줬어요.

b11: 어쩌다 영화제 출품을 하게 됐나요.

원희: 고등학교 때 활동한 성남미디어센터에 아는 직원 분들이 계세요. 워낙 저예산이었어서 직원 분들이 출품을 해서라도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영상 전체를 반으로 나누어 전반전, 후반전으로 성남 지역 방송인 아름방송에 송출하기도 했고요. 성남 교육 영화제에도 1시간짜리 영상을 출품했어요. 요코하마 축구 영화제 출품은 서포터 서주훈 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본인이 매년 영화제를 보러 요코하마에 가는데, "여기에 출품을 해보자"라고 하더라고요. 4, 5년 분량 팸플릿을 주시면서요. 처음에는 '우리가?' 싶었는데, 서주훈 씨가 다리를 놓아주셨고 출품에 상까지 받게 되었어요.

b11: 수상은 예상했나요?

원희: 예상은 못 했죠. 경기 마을 미디어 축제에서 경기도지사상과 경기콘텐츠진흥원장상을 받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이렇게 받을 줄은 몰랐어요.

b11: 그런데 영화제 현장에 가지 못했다고요.

현수: 원희랑 잔여 백신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결국 예방접종도 했어요. 비행기 표도 알아보고 했는데, 비자 문제가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못 가게 되었어요. 비자 문제에 자가격리까지 해야 해서, 일본에 살고 있는 친형에게 부탁을 했어요. 나 대신에 가서 현장 분위기 좀 봐 달라고요. 형이 영상을 찍어서 보내 주셨어요.

b11: 영화제 상영회에서 특별한 영상을 함께 상영했다고 들었습니다.

원희: 요코하마가 유상철 감독님 소속팀이 있는 곳이잖아요. 서주훈 씨가 유상철 감독님 영상을 틀면 어떻겠느냐고, 한국프로축구연맹에도 알아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연맹에서 추모 영상을 받아서 영상 시작 전에 틀게 됐죠.

b11: 앞으로도 계속해서 콘텐츠 제작 계획이 있으신지요.

원희: 현수랑, 그리고 다른 소모임에서 두 명 정도 함께 참여하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거 위주로 하면서, 어제 이야기가 나온 게 '원정석 브이로그'였습니다. 콘텐츠가 대부분 홈구장, E석, W석, N석인데 원정석 체험기는 별로 없어요. 그런 것도 한 번 찍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b11: <우리 동네 축구팀>은 성남 서포터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K리그 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다른 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현수: K리그 팬들은 만날 때마다 서로 죽이네 마네 그러지만, 결국에는 모두 마이너한 팀을 응원하는 거잖아요. 우리 팀은 대표팀이나 해외축구 클럽이 아니니까요. 어느 정도 내면으로는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경기장 밖에서 서로 힘들 때 연대하고, 같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상황이 있지 않을까요? 다른 서포터들과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열심히 응원하고 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원희: 멋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께서 하고 있는 활동과 열정이요.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팬들은 남들의 '왜 보냐'라는 부정적인 반응에도 열정적으로 임하거든요. 나중에 그분들로 인해 K리그 부흥기가 다시 온다면 그들이 만든 응원가를 10년, 20년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부르게 될 거고요. 지금은 수십 명과 함께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같이 목소리를 내고 응원하는 분들이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해요. 많은 분들과 함께 응원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열정을 태우는 거죠. 무엇보다 우리 동네에도 매주 월드컵 같은 축제가 열린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b11: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성남이란?

원희: 현수가 대답하자(웃음).

현수: 고정지출요. 늘 나가는 휴대폰 요금이나 인터넷 요금처럼, 당연히 1년 예산을 짤 때 무조건 생각하고 있는 것. 삶의 무조건적인 고정 요소이자 일부분.

 

* 요코하마 축구 영화제에 출품, 수상한 <우리 동네 축구팀> 영상은 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BSM with SeongnamFC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BSM, YFFF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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