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南·美 태도 문제삼으며 국방강화 마이웨이..핵언급은 없어
'최대 주적'이라던 美에 이번엔 "주적 아냐"..수위 조절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첫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군사력을 계속 키우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그 이유로 남측의 군비증강과 미국의 여전한 대북 적대시 태도를 들었다.
북한이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함에 따라 새로운 무기 시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한반도의 분위기는 '화해'보다는 '대결'에 방점이 찍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지난 1월 당대회때 '최대 주적'이라고 겨냥했던 미국은 물론 남측을 향해 '주적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핵무력을 따로 언급하지 않는 등 다소 수위를 조절한 모습도 엿보인다.
북한이 11일 평양 3대혁명전시관에서 연 이번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은 최근 5년간 개발된 신무기를 한데 모은 사실상 열병식에 버금가는 행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최신 무기를 한데 모았고, 김 위원장도 "오늘의 성대한 전람회는 대규모 열병식에 못지않은 일대 국력 시위로 된다"고 언급했다.
최근 잇따랐던 열병식 대신 새로운 형식으로 저강도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방발전전람회에서 한 연설에서 국방력 강화를 "우리 당의 드팀없는(흔들림없는) 최중대 정책이고 목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남측의 군비 증강과 미국의 적대적 태도 등을 거론하며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의 군비 증강 사례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최근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남측의 '이중태도'도 거듭 꼬집었다.
그는 남측의 스텔스 전투기,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 첨단무기 도입과 미사일 지침 개정, 잠수함 전력 강화, 전투기 개발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도가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는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 시도"라고 규정했다.
남측의 군비 증강 노력을 "과도한 군사적 비만증"이라고도 지적했다.
특히 남측은 이처럼 군사력 증강에 힘을 쏟으면서 북측의 무기 시험은 "무력도발"이니 "위협"이니 평가하는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남측의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면서 "계속 우리의 자위적 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할 경우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이 최근 '이중잣대'를 지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이후 북측의 미사일 발사에 '도발'이라는 표현을 삼가는 분위기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측의 태도변화를 계속 압박한 것이다.
여차하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도 엄포를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도 변함없는 불신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세상에 바보들만 있는 것이 아닐진대 (…)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나 국가가 있다면 매우 궁금해진다"고 비아냥댔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한미가 자신들의 주적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전략적 힘'을 강조하긴 했지만 핵무력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남측을 향해 "우리 무장력이 상대할 대상이 아니다"라거나 "분명코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이 땅에서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방력 강화는 "누구와의 전쟁을 론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국권수호를 위해 말 그대로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전람회 명칭을 '자위-2021'이라고 단 것처럼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라며 정당화한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당대회때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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