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의 변신이 세련됐다면, 호암 리뉴얼은 파격적"

장재선 기자 2021. 10.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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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국보 ‘용두보당(龍頭寶幢·왼쪽)’과 리움 기획전에 나온 자코메티의 조각 ‘거대한 여인 Ⅲ’. 호암·리움미술관 제공
육명심의 ‘예술가 시리즈’ 사진 중 ‘박목월 시인’(위)과 론 뮤익의 인체 조각 ‘마스크 II’. 리움 기획전에서 볼 수 있다.

호암미술관, 40년만에 새단장

‘고미술 특화’이미지 벗어내고

현대미술 중심 전통문화 융합

내년4월까지 리뉴얼 작업 진행

리움미술관, 재개관전 선보여

국내외 51명 130여 점 전시

인간 존재 의미 다양하게 고찰

“리움의 변신이 세련된 것이라면, 호암은 파격적이지요.”

이광배 호암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말대로 호암미술관이 40년 만에 고미술 특화 뮤지엄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다. 현대미술 위주로 전통문화를 융합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1, 2층을 기획전시실로 꾸미기 위해 건물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암은 삼성문화재단의 또 다른 미술관인 리움(Leeum)과 함께 지난해 2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휴관했다가 지난 8일 다시 문을 열고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리움은 이미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같은 날부터 기획전과 상설전을 진행하고 있다.

△호암미술관의 변신 = 경기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1982년 4월 개관한 사립 뮤지엄이다.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자가 생전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 미술품을 바탕으로 설립했다. 한국 전통미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호암의 뜻에 따라 주로 고미술품 전시를 펼쳐왔다.

지난 2004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리움이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상설전 등을 통해 전통문화 미학을 알리는 데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호암은 옛 작품들만 전시하는 박물관처럼 보는 시각이 있었다.

재단 관계자는 “잊힌 미술관처럼 돼 있는 호암을 리뉴얼해서 미술계에서 주목할 수 있는 컨템퍼러리 전시를 열 것”이라고 했다. 호암과 리움이 태생에 차이가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전통문화를 융합하는 방향에서 함께 나아간다는 것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 미술계에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글로벌 뮤지엄이 되기 위해 당대 미술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삼성미술관을 이끌어가는 이서현 리움 운영위원장의 의지라고 한다.

리움에 이어 호암미술관 리뉴얼 작업도 맡은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편의성과 미적인 측면을 고려한 콘셉트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전시장은 현재 모습보다 현대적으로 바꿔서 좀 더 다양한 전시를 하도록 꾸미려 한다”고 전했다. 창립 40주년이 되는 내년 4월까지 리뉴얼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호암미술관의 재개관 기획전 ‘야금(冶金):위대한 지혜’는 금속 유물의 제작 과정을 뜻하는 야금을 총제적으로 조망한다. 국보 5점과 보물 2점 등 총 45점의 작품이 나왔다. 야금에 깃든 지혜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조각, 설치미술, 영상 등 다양한 작품들에 창의적으로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예시로 함께 전시된 현대미술 작품이 9점이다. 이우환의 ‘관계항’, 서도호 ‘우리나라’, 정광호 ‘나뭇잎’, 양혜규 ‘소리 나는 돌림도형H’, 존배 ‘원자의 갈비뼈’ 등이다.

△리움 기획·상설전 = 국내 최고 사립미술관으로 인정받는 리움은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재개관전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내년 1월 2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비롯해 고미술, 현대미술 상설전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국내외 51명의 130여 점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은 팬데믹 상황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양하게 고찰하자는 의도다. 7개 섹션을 전체적으로 일별하며 그 주제를 새겨본 후에 다시 한 번 돌아보며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가서 그 미학을 즐겨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거대한 여인 Ⅲ’을 비롯해 앤디 워홀의 ‘마흔다섯 개의 금빛 메릴린’, 이브 클랭의 ‘청색 시대의 인체 측정’, 백남준의 ‘로봇 K-456’ 등 세계 미술사를 빛낸 작품들을 보는 흥감이 크다.

사진 작품이 많은 편인데,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호텔 내부 모습을 찍은 63개 장면을 합성해 인간의 성과 폭력을 성찰한 김인숙의 ‘토요일밤’이 특별히 인상적이다. 육명심의 ‘예술가 시리즈’는 서정주, 박목월 시인 등의 진솔한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한다.

폴란드 출신의 작가 요안나 라이코프스카의 영상 ‘아버지는 나를 이렇게 만진 적이 없다’는 가족의 관계와 상처를 돌아보게 하며 애틋함과 불편함을 함께 느끼게 한다. 가까이 봤을 때 남성 얼굴의 육질성이 너무나 생생한 론 뮤익의 인체 조각 ‘마스크 II’는 전시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보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기획전에 대한 미술계 안팎의 반응이 벌써 뜨겁다.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SNS에 전시 관람 사진을 올리고, “입구 경사를 자코메티와 앤서니 곰리, 조지 시걸의 작품과 툭툭 눈인사를 던지며 걸어 내려가게 해 준 것이 너무 좋았다”며 “특히 네 번째 방 ‘다치기 쉬운 우리’에서 가장 오래 서성인 듯하다”고 적었다.

현대미술 상설전은 ‘검은 공백’ ‘조각’ ‘설치’ 등의 주제로 총 7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중 절반이 이번에 새로 공개된 것이다. 고미술 상설전도 4개 층에 걸쳐 160점을 전시했는데, 고려시대 ‘청자상감 국화모란문 항아리’처럼 처음 공개된 것이 꽤 있다. 고미술전에서 이채로운 것은 박서보, 윤명로, 정상화의 회화와 요시오카 도쿠진의 유리 작품 등 현대미술을 슬며시 한자리에 놓았다는 것이다. 태현선 리움 학예연구실장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이번 기획전을 연말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리움은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 뜻을 계승하고자 상설전은 상시 무료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관람예약을 받는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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