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모피, 상아 단검.. 트럼프가 사우디서 받은 선물은 가짜였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1. 10. 1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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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받았던 호랑이 및 치타 모피 의류와 상아 손잡이가 달린 단검 등이 모조품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17년 5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백악관

NYT는 이날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 주요 인사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 관리 상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NYT는 “미국과 외국지도자들간 선물 교환은 엄격한 절차를 밟은 뒤 이뤄진다”며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동안 이 교환 절차가 우스꽝스러운 난장판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문제가 된 선물은 트럼프가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받은 82개의 선물 목록 중에 포함된 일부 물품들이다. 이란과의 관계 회복 등으로 전임 오바마 정권과 냉각 관계였던 사우디는 트럼프가 취임 직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자국을 선택하자 호화로운 선물을 준비했다. 백호 및 치타의 모피로 만든 의류 3벌과 손잡이 부분이 상아로 만들어진 단검도 포함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퇴임하기 전까지 3년 8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규정된 절차에 따라 사우디 측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대한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백호 모피 의류와 상아 단검을 올해 1월 19일 연방총무청(GSA)에 이관했다.

이와 관련, NYT는 호랑이 털, 상아 등으로 만들어진 선물을 받은 것은 멸종위기종의 국제무역 협약(CITES) 위반이라고 보도했다. 백호 모피와 상아 단검을 맡는 기관도 GSA가 아닌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GSA는 NYT의 문제 제기를 수용해 선물을 USFWS에 넘겼다. 이후 USFWS가 선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호와 치타 모피로 만들어진 의류는 염색된 가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단검의 상아 손잡이도 동물의 뼈 성분이 섞인 재질이었다.

이에 대해 주미 사우디대사관은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8월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일본으로부터 선물받은 5800달러(약 660만원) 상당의 위스키 한 병의 행방이 불투명해 국무부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위스키 선물을 받았다고 기록된 날짜는 2019년 6월 24일이다. 당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 중이었다. 이 때문에 그가 직접 위스키를 받았는지가 아직 불분명하고,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무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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