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국가유공자 주택 특별공급.. "'有주택 이력', 위장전입자도 분양 받아"

세종=이민아 기자 2021. 10.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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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국가유공자 특공, 심사·관리 부실 논란
국토부, 유공자 특공받은 1187명 중 9명 불법 행위로 적발
심사해야할 보훈처, 관련 데이터 축적도 없어

국가보훈처는 지난 2019년 국가유공자 A씨가 2018년에 양도한 대지(垈地)를 주택으로 잘못 판단해 청약 가점을 10점 낮게 부여했다. 무주택 기간을 잘못 계산한 데 따른 행정 착오였다. 원래대로 무주택 점수를 가산했다면, 그는 마지막 아파트 양도일인 2010년 12월을 기준으로 가점을 10점 더 받았어야 했다. 그 결과 2019년 국가유공자 특별공급 분양에서 A씨보다 점수가 3점 낮은 차순위자가 우선공급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때 우선공급을 받지 못한 이 유공자는 2020년 12월 31일까지도 주택을 우선공급받지 못했다.

또 다른 유공자 B씨는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으므로, 2018년 우선순위 명부 작성시 무주택기간 점수를 15점 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서울남부보훈지청은 명부를 작성하면서 B씨의 자녀 C씨가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주택기간 점수를 0점으로 처리했다. 유공자와 보훈대상자 무주택 기간은 본인과 배우자의 무주택 기간만 산정하므로, 자녀의 주택 보유 여부는 청약 가점과 관련이 없다. 이로 인해 가점 종합 점수가 정당한 점수인 85점보다 15점 낮은 70점으로 산정됐다. 이로 인해 그보다 점수가 9점 낮은 차순위자가 우선공급에 당첨됐고, 2020년 12월 31일까지도 우선공급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무주택 국가유공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국가유공자 주택 특별공급’ 제도를 정부가 부실하게 관리하면서, 우선공급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못한 사례, 위장전입·명의도용 등 불법행위 등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주택자를 위한 특공임에도 무주택 기간이 3년도 넘지 않아 관련 가점이 0점이었던 유공자가 청약을 받은 사례는 전체의 16%에 달했다. 최근 5년 사이 주택을 사려고 정부로부터 대출 지원을 받았던 사람이 무주택자를 위한 이 제도를 이용해 청약에 당첨된 경우도 17건 파악됐다.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 68조에 따라 무주택 보훈대상자에게 85㎡ 이하 분양 주택의 우선 공급 지원을 위해 매년 1~4월 주택 우선 공급 우선순위 명부를 작성한다. 국가유공자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해서다. 국토교통부·LH등은 보훈처가 특공 자격이 있다고 가려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택을 분양한다.

20년 하반기~`21년 상반기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부정청약 의심사례 적발 현황./송재호 의원실, 국토교통부

◇”유공자 특공, 전수조사하면 불법사례 더 많을 것”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 분양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2021년 상반기 21곳 분양단지에서 ‘국가유공자 주택 특별 공급자’ 1187명 중 9명이 위장전입·자격매매(명의도용) 혐의로 적발됐다.

부정청약 의심사례로 적발된 9명 가운데 6명은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 있는 단지에서 위장전입으로 5명, 명의도용으로 1명씩 적발됐다. 나머지 3명은 대전(위장전입 1명), 천안(위장전입 1명), 대구(명의도용 1명)에서 부정청약 의심 사례로 적발됐다.

조사 대상이었던 21곳은 경쟁률이 높았던 인기 분양 단지만 표본으로 뽑아 조사한 것으로, 전수조사를 한 것도 아니다. 전수조사를 하면 실제로는 불법 사례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불법 분양 행위를 심사 과정에서 적발해야 할 보훈처의 심사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송재호 의원실 관계자는 “유공자 특공에 불법 분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지만, 정부는 특공 지원자의 배점 현황에 대한 데이터도 축적해놓지 않은 상태였다”며 “불법 분양을 적발하면 국토교통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혐의 확정 시 분양을 취소해야 하지만, 보훈처와 국토부 간 수사 결과 등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분양아파트 특별공급 지원자 배점 현황./송재호 의원실, 국가보훈처

◇무주택자 주거 안정 취지 안 맞는 가점 배정

국가유공자 주택 특별 공급의 배점 기준과 그에 따른 수분양자 선정도 ‘무주택 유공자 주거 지원’이라는 본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 현 청약 배점 기준에서 배점 기준이 100점 만점에 40점으로 가장 높은 항목은 주택 대부 지원 여부다. 앞서 주택 구매를 위해 나라로부터 돈을 빌린 적이 있는지, 빌린지 얼마나 오래됐는지에 따라 점수가 0~40점으로 구분돼 부여된다.

그 외 희생 및 공헌도 20점, 무주택기간과 특별공급 미지원 여부가 각각 15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배점 요소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 이 특공 제도의 취지를 반영한 ‘대부 지원’과 ‘무주택 기간’ 등의 우대 요소 배점이 0점임에도 청약에 당첨되는 사례가 파악됐다. 주택을 가져본 적 없는 무주택 유공자를 위한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특공 배점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훈처가 송 의원에 제출한 지난해 분양 아파트 특공 지원자 배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기 접수에서 특공에 당첨된 989명 중 수도권 6명을 포함해 총 17명이 가장 높은 대부 지원 여부 항목(40점)에서 0점을 받고도 수분양자로 선정됐다. 대부 지원 점수가 0점이라는 것은 해당 청약 신청 전에 이미 집을 사려고 정부에서 돈을 빌린 지 5년도 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는 의미다. 집을 구입했던 이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무주택 기간(15점) 항목에서 0점을 받은 유공자가 164명으로 989명 중 16.5%에 달했다. 이 항목에서 0점을 받은 사람은 무주택 기간이 3년도 넘지 않았다는 의미다. 8명은 앞선 분양 모집에서 청약을 포기해 -10점의 벌점을 받았음에도 재당첨되는 사례가 있었다.

송재호 의원은 “이는 우선 공급을 받아야 할 사람에 대한 배점 우대가 부실하고, 반대로 공급 최하순위인 자가 자격을 봉쇄당하지 않고 다른 배점의 가점을 통해 선정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중치 부여 등 배점 기준을 재조정하고, 취지에 맞지 않는 지원자에 대해서는 봉쇄 조항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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