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연보라색 쑥부쟁이 5형제 구분해 볼까요
들국화라 부르는 꽃 중에서 요즘 산이나 도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쑥부쟁이 종류입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검색하니 이름에 쑥부쟁이가 들어간 자생식물만 16개 나오더군요. 이걸 다 알 수도 없고 알 필요가 없겠지요. 그래서 주변에서 흔한 것 위주로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등 5개를 골랐습니다.
쑥부쟁이 종류는 꽃이 연보라색으로 비슷해 주로 잎을 보고 구분합니다. 쑥부쟁이는 잎이 긴 계란형으로 둥근 편인데, 아래쪽 잎은 굵은 톱니를 갖고 있습니다. 줄기가 쓰러지면서 어지럽게 꽃이 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쑥부쟁이라는 꽃 이름은 ‘쑥을 캐러 다니는 대장장이(불쟁이)의 딸’에 관한 꽃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꽃을 감싸는 부분이 총포인데, 총포조각이 위로 잘 붙어 있습니다.
개쑥부쟁이는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쑥부쟁이 종류입니다. 보통 ‘개’ 자가 붙으면 본래 것보다 못하다는 뜻인데 개쑥부쟁이는 색도 진하고 꽃잎도 많아 쑥부쟁이보다 더 예쁘다는 평을 듣습니다. 개쑥부쟁이는 꽃을 감싸는 총포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특징이 있어서 그나마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토종 민들레는 총포 조각이 위로 딱 붙어 있고 서양민들레는 총포 조각 일부가 아래로 젖혀져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총포 모양이 쑥부쟁이는 토종 민들레, 개쑥부쟁이는 서양민들레같이 생긴 셈입니다.
가새쑥부쟁이는 쑥부쟁이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전체적으로 여리여리한 것이 연약해 보이는데 쑥부쟁이와 달리 의외로 똑바로 서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래쪽 잎이 깃꼴 모양으로 깊이 갈라지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새쑥부쟁이도 쑥부쟁이처럼 총포가 가지런합니다.
연보라색 꽃이 피는 까실쑥부쟁이도 주변 산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인왕산·북악산을 가보니 까실쑥부쟁이가 적지 않게 피어 있었습니다. 까실쑥부쟁이는 두 가지 특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꽃들이 열 송이 안팎씩 모여 느슨한 편평꽃차례 형태로 핀다는 것입니다. 산에서 보면 자잘한 꽃들이 모여 피어 있어서 까실쑥부쟁이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또 하나, 이름처럼 잎이 거칠어서 만져보면 까슬까슬합니다.
다음은 자잘한 흰색 꽃이 피는 미국쑥부쟁이입니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한국전쟁 때 미 군수 물자에 묻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도심의 길가, 도로변, 공터에 엄청 많고 하천변, 숲의 훼손된 지역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미국쑥부쟁이는 생태계 교란식물이기도 합니다.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시킬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 가시박·단풍잎돼지풀 등과 함께 환경부가 지정한 16종의 생태계 교란식물 중 하나입니다.
미국쑥부쟁이 크기는 30~100cm정도인데, 아래쪽은 목질화 되며 줄기에 가는 털이 촘촘히 나 있습니다. 수정이 끝나면 중앙부가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하도 흔해서 아래 사진을 보면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거칠게나마 정리해보겠습니다. 산이나 공원에서 핀 연보라색 꽃인데 아래쪽 잎이 둥근 편이면 쑥부쟁이, 꽃을 감싸는 총포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으면 개쑥부쟁이, 아래쪽 잎이 깃꼴 모양으로 갈라져 있으면 가새쑥부쟁이, 꽃들이 편평하게 모여 피고 잎이 까슬까슬하면 까실쑥부쟁이, 도심에도 엄청 많고 꽃 중앙부가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여 있으면 미국쑥부쟁이입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