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이용한 전통 경제학 틀 깨고 실험접근법으로 경제·사회 현상 분석

조지원 기자 2021. 10. 1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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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 연구 어려웠던 사회현상 인과관계 분석
카드 교수, 최저임금 상승·이민자 유입 영향 따져
앵그리스트 교수는 2019년 수상자 뒤플로 교수 지도
스웨덴 왕립과학원의 예란 한손 사무총장(가운데)이 11일(현지 시간)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이민은 임금과 취업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베트남전 참전이 평생 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만큼일까.”

11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카드(65) UC버클리 교수와 조슈아 앵그리스트(61)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휘도 임번스(58) 스탠퍼드대 교수 등 미국 경제학자 3인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실증적 방법론을 찾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론 연구가 대세였던 경제학계에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다양한 실험적 방법론을 통한 실증 분석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앵그리스트 교수가 쓴 ‘고수들의 계량경제학’을 국내에 번역한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설문 조사 자료로 통계학적인 기법을 적용해서 인과 효과를 구하는 것이 전통적인 경제학 접근법이라면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실험 접근법을 통해 분석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적 연구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여겼던 사회현상의 인과관계를 실증 분석을 통해 구할 수 있음을 다양한 예로 보여줬다는 뜻이다.

먼저 카드 교수는 1994년 전미경제학회지(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최저임금 효과’ 관련 실증 연구 논문으로 유명하다. 그는 2년 전 작고한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최저임금을 시간당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약 20% 올린 뉴저지주와 최저임금을 4.25달러로 동결한 펜실베이니아주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경계에 있는 햄버거 가게들을 대상으로 11개월간 두 번의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그들은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을 줄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이 연구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의 공격적 인상을 위한 이론적 토대가 되기도 했으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대표성을 띠지 못하는 데다 데이터가 수집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민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카드 교수의 연구 또한 통념을 거스른다. 1989년 카드 교수는 크루거 교수와 1980~1985년 ‘마리엘 보트리프트’ 사건으로 미국 마이애미주 노동시장에 12만 5,000명의 쿠바 이민자들이 유입된 상황을 분석했다. 마이애미 노동자의 7%에 해당하는 인구 유입이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마이애미 기존 거주자의 임금과 고용률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카드 교수의 결론이었다.

카드 교수는 학교 자원(school resources)이 학생들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도 했다. 교사 수와 교과서 등 학교 자원은 학생들의 미래 소득을 비롯한 성공과 높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연구 결과다. 노벨위원회 측은 “카드 교수의 연구가 학교 자원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줬다”며 “카드 교수는 이처럼 원인과 결과를 쉽게 말할 수 없는 ‘위대한 질문(big question)’들에도 사회과학이 답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더 나은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앵그리스트 교수 역시 고용과 교육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사회현상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만 16세가 돼야 중퇴할 수 있는 미국의 교육 제도 아래에서 1년 더 학교를 다닌 학생들의 급여 등을 조사해 교육 효과를 측정했다. 또 베트남전 참전 여부가 평생 소득에 미치는 영향도 인과관계를 통해 명쾌히 밝혀낸 바 있다. ‘자녀를 많이 낳을 것인가, 아니면 하나를 낳아도 양질의 교육을 시킬 것인가’ 등 출산에서 ‘질과 양의 상충 관계’를 측정하는 데도 기여했다.

앵그리스트 교수는 대표적 계량경제학자인 임번스 교수와 여러 차례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통계적 방법론의 도움을 받았다. 임번스 교수는 계량 이론을 정립한 공로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우연한 사건이나 정책의 수정으로 특정 인구 집단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살펴보는 이른바 ‘자연 실험’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앵그리스트 교수는 노동경제학자로 볼 수 있고 임번스 교수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방법을 많이 연구한 학자”라고 설명했다.

카드 교수는 1956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 경영대학원, 프린스턴대를 거쳐 UC버클리에서 경제학 교수를 맡고 있다. 앵그리스트 교수는 1960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나 1989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MIT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역대 최연소이자 단 두 명뿐인 여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2019년 수상자) MIT 교수의 박사 논문 지도 교수이기도 하다. 임번스 교수는 1963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태어나 1991년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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