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기자 노벨 평화상 수상에도..러시아의 '언론 탄압' 마이웨이

박하얀 기자 2021. 10. 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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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권 비판보도 무라토프에
축전 발송 불과 몇 시간 후
언론 등 ‘외국 대리인’ 지정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사진)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자 축전을 보냈던 러시아 당국이 불과 몇 시간 후 복수의 언론과 비영리단체, 언론인을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에서 ‘외국 대리인’은 반체제 인사, 간첩 등의 의미로 통용된다. 이번 노벨 평화상 수상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언론의 역할을 높이 산 것으로 평가되는데, 러시아 당국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메시지에도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 법무부는 노벨 평화상이 언론인 2명에게 돌아간 9일(현지시간) 언론인, 미디어 권리 운동가 등 개인 9명과 온라인 탐사매체 등 3개 조직을 외국 대리인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외국 대리인’은 과거 구 소련에서 정치적 반체제 인사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다. 러시아 정부는 2017년 법을 개정해 러시아에서 운영되는 모든 외국 언론매체 등이 외국 자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간주해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된 개인은 6개월마다 자신의 활동 및 재정 세부 정보를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모든 콘텐츠에 자신이 외국 대리인임을 표시해야 하는데, 이는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광고 수익 창출을 저해하기 위함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부가 이번에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한 명단에는 온라인 탐사매체인 ‘벨링캣’, 미국의 국제방송인 ‘자유유럽방송(RFE/RL)’을 비롯해 BBC러시아 안드레이 자카로프 기자, 러시아 독립TV 채널인 ‘도즈드 TV’의 다닐 소트니코프 기자, 언론 권리 보호 비정부기구(NGO)인 ‘매스미디어 보호센터’ 소장이자 변호사인 갈리나 아라포바 등이 포함됐다. 명단에 오른 이들은 러시아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거나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가운데 벨링캣은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사건,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 MH17이 2014년 7월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된 사건 등의 배후를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지난 8월 말 BBC의 모스크바 특파원인 사라 레인스포드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며 추방했다.

벨링캣의 설립자 엘리엇 히긴스는 “이게 러시아 노벨상인가”라며 조소했다. BBC 러시아는 “(우리 방송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80년 동안 정확하고 공정한 뉴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출처였다”며 “현재 우선순위는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된) 자카로프 기자를 지원하고 그와 동료들이 계속해서 국가에 대해 보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와 무라토프는 각각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 민주주의 수호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무라토프가 공동 창립한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언론인 6명이 살해당했지만, 신문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무라토프는 수상 후 “우리는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돼 쫓기고 러시아에서 추방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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