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 찰스 디킨스 [임혜자의 내 인생의 책 ②]

임혜자 | 국민권익위원 2021. 10. 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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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가 쏘아올린 한마디

[경향신문]

올리버는 구빈원에서 배고픔을 못 이겨 피죽 한 그릇 더 얻어먹겠다고 애원하듯 밥그릇을 내밀었다. 죽 대신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 독방에 갇혔다. 장의사 도제로 팔려갔다. 학대와 모욕을 받았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런던으로 도망쳤다. 그를 받아준 곳은 소매치기 소굴뿐이었다. 도둑질을 하거나 감옥에 가거나 해야 하는 운명! 벼랑 끝에 선 올리버는 영혼의 울림에 용기를 내어 맞섰고, 천신만고 끝에 돌봄을 받게 되면서 소설은 끝난다.

자본주의의 맷돌이 인권과 아동노동력을 비정하게 갈아 넣으면서 19세기 산업혁명 시대를 추동시켰다. 찰스 디킨스는 당시 처참했던 영국 사회의 불평등과 산업화 폐해에 대한 분노를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고아 소년의 인생 역정을 통해 고발했다. 특히 1834년 제정된 신구빈법을 과감히 붙잡고, 몰인간성과 통제성에 대한 제도적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의 작품세계 때문인지 찰스 디킨스의 묘비명은 이러했다.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사람들을 동정했다. 이 사람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를 잃었다.”

<올리버 트위스트> 이야기는 빅토리아 여왕도 읽었을 정도로 당대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영국 문학에서 전설적이다. 작품이 나온 지 어언 200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지금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극적 공감과 역사적 사실에 고전의 강한 마력을 느낀다.

나는 사회복지 박사과정 중에 영화로 먼저 올리버를 만났다.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올리버 트위스트>는 ‘필수템’이다. 과거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실에서처럼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복지노동 주심위원으로 민원인의 슬픔과 분노와 아픔을 마주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올리버의 간절한 이 한마디를 떠올린다. “죽 한 그릇만 더 주세요!”

임혜자 | 국민권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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