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출국금지된 '나쁜 아빠'들
[경향신문]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가 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고 한다. 그렇게 중요해서일까.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자식을 낳기보다 부모 되기가 더 어렵다’는 속담이 있을까. 엄마와 아빠는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무겁고 막중하다는 뜻이다.
부모의 가장 기본적 책무는 어린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돌보아 키우는 양육이다. 부부가 이혼을 하더라도 양육의 책무는 없어지지 않는다. 둘 중 누군가 양육자가 되면 비양육자는 양육비를 부담함으로써 그 책무를 대신해야 한다. 양육비는 자녀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자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육비를 내는 기본적 책무마저 다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 그야말로 ‘나쁜 아빠’ ‘나쁜 엄마’들이다. 양육비 지급을 둘러싼 문제가 심화되면서 개정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양육비이행법 시행령)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양육비를 내지 않는 아빠·엄마의 명단을 공개하고, 운전면허를 정지하고, 출국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양육비 지급 책무를 다하게 하자는 취지다.
‘나쁜 아빠’의 출국금지 조치 첫 사례가 11일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감치명령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김모·홍모씨에 대해 6일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11일자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출국금지 대상은 양육비 채무가 5000만원 이상이거나, 3000만원 이상인 상태에서 최근 1년간 국외 출입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국외 체류일수가 6개월 이상일 때다. 이들 두 ‘나쁜 아빠’는 무책임하게도 각각 1억1720만원, 1억2560만원을 내지 않았다.
개정 양육비 이행법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적용 대상의 요건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법 취지의 실효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보다 더 강화된 법으로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조차 저버린 이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출국금지된 ‘나쁜 아빠’들을 보면서, ‘좋은 아빠’는 못 되더라도 적어도 ‘나쁜 아빠’는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이참에 ‘나는 어떤 아빠, 어떤 엄마’인지 성찰해보면 어떨까.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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