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주년 '정의선호'..현대차그룹에서 감지된 3가지 키워드

김경준 2021. 10. 11. 20: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사령탑에 오른 정 회장은 근본적 체질개선으로 그룹의 미래 비전까지 재설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 체제에서 감지된 현대차그룹의 변화를 3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①미래 기술 : 인류의 행복에 대한 물음에 답하다

정 회장은 올해 새해 메시지를 통해 "그룹 임직원 모두가 변함없이 지켜야 할 사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메시지엔 '인류의 행복 증진'이란 현대차그룹 혁신의 지향점이 함축됐다.

정 회장의 의지는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등 차근차근 구체화되고 있는 미래 신사업의 면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로보틱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9월 13일 국회 모빌리티 포럼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는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로보틱스를 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세계적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정 회장에게 로보틱스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닌,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미래 기술이다. 최근 기아 광명 오토랜드에서 시범 운영 중인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을 비롯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는 의료용 착용로봇 '멕스', 생산현장 작업자를 보조하는 착용로봇 '벡스',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달이'(DAL-e) 등 최근의 결과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멕스 개발자들에게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소수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꿈을 현실로 이뤄줄 수 있다"며 "우리 중 누군가에게 이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인류에 꼭 필요한 기술이니, 최선을 다해 개발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3월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임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②조직 혁신 : '굿 리스너' 정의선, 기업문화를 바꾸다

달라진 조직문화도 정 회장의 작품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다소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각인됐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가 정 회장 체제에선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그는 과거 임원 워크숍에서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의 예를 들면서 내부 구성원이 곧 고객이라는 철학을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거북선의 외부는 쇠못과 용두에 설치된 포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완벽한 설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더욱 놀라운 건 수군이 쉴 수 있는 공간을 갖춘 내부"라며 수군을 배려한 이 장군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재계에서 '굿 리스너'로 통한 그는, 내부 구성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소통을 통해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제도적으로 유연근무제, 복장·점심시간 자율화, 자율좌석제 등을 도입했고, 직급체계도 통합했다. 또 임직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점프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매년 시행하는 한편 최근엔 판교, 성내 등 8곳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해 효율적 재택근무도 도입했다.

"자동차 판매로 1등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보적 기업문화가 정착돼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조직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9월 7일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③친환경 : 수소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다

'친환경' 또한 정 회장이 주목한 분야다. 특히 수소에 대한 그의 애착은 비즈니스 차원이 아닌 인류와 미래 세대 관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그룹 내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한 현대차그룹의 '수소 비전 2040'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이 자리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기술과 수소 모빌리티 등이 공개됐다.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하고, 무인 장거리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무인항공기(드론)’와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시제품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9월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그룹 주요 계열사도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