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라도 일자리 유지'..카드 교수 노벨경제학상

최정희 2021. 10.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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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인과관계 방법론 연구' 美교수 3명, 노벨경제학상
데이비드 카드·조슈아 앙그리스트·귀도 임벤스 공동 수상
이민·최저임금정책과 일자리 관계 등 민감한 이슈에 천착
정책입안에 널리 인용..본인은 정책 제언 등엔 철저히 함구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식당 종업원의 임금이 올라가면 식당 주인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종업원 채용을 줄이지 않을까? 학교 의무교육 기간을 늘어나면 사회 진출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 교수

최저임금, 이민, 교육 등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가정을 하고 이에 따른 결론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를 실험을 통해 인과관계를 밝혀내고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증명한 미국 경제학 교수 3명에게 노벨경제학상이 수여됐다.

최저임금·이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적어…실험으로 증명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조슈아 D.앙그리스트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 귀도 W.임벤스 스탠포드대 교수 등 3명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1000만 스웨덴 크라운(114만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는데 카드는 상금의 절반을 갖고 앙그리스트와 임벤스는 나머지 절반을 반씩 나눠갖게 될 예정이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수상자에 대해 “노동 시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자연실험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들의 접근 방식은 다른 분야로 확산돼 실증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조슈아 D. 앙그리스트 MIT대 교수

1956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카드 교수는 ‘노동 경제학에 대한 경험적 공헌’으로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는 무작위 실험이나 그와 유사한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상황인 ‘자연실험’을 통해 최저임금, 이민, 교육 등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그는 2019년 사망한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와 함께 1992년 뉴저지와 펜실베니아 식당에서 최저 임금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연구에 대해 실험했다. 그 결과 뉴저지 식당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시간당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상승했음에도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노동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 연구는 1993년 논문에 실렸다.

그의 연구가 나오기 전까지 경제학에선 완전 경쟁 시장이라는 가정 하에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에서 책정되면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부터 해고돼 고용이 줄어들 것이란 인식이 강했으나 이를 반대로 증명해낸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의 상승 수준이 생산성을 깎아 먹을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나라에 이민자들이 많아지면 이들이 임금 수준을 깎을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이 역시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그가 밝혀낸 실험 결과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자들은 노동시장에 거의 위헙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귀도 D. 임벤스 스탠퍼드대 교수

최저임금, 이민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실험을 했으나 그는 관련해 어떠한 정책적 제안을 하거나 그가 갖고 있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의 연구는 정치가들 사이에서 이민, 최저임금 정책을 지지하려는 논거로 사용된다.

‘의무교육 늘어나면 높은 임금 받을 수 있을까’…인과관계 분석

카드 교수와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앙그리스트·임벤스 교수는 ‘인과 관계 분석에 대한 방법론적 기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앙그리스트 교수는 1960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1989년 프리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임벤스 교수는 1963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출생으로 1991년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들은 의무교육 기간 확대가 누군가의 미래 수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자연실험을 통해 인과관계를 도출해냈다. 노벨위원회는 “한 그룹의 학생이 의무교육을 1년 연장한다고 해도 어떤 학생들은 계속 공부를 하지만 이들 전체에게 공부가 가지는 가치가 동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연실험의 데이터를 해석하기 어렵지만 이들은 이러한 방법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학교의 자원이 학생들의 미래 노동 시장 성공을 위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 때문인지 이들의 프레임 워크는 관측 데이터를 다루는 연구자들에 의해 널리 채택되고 있다는 게 노벨위원회의 설명이다.

임벤스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경제학상 수상자와 관련) 전화를 받고 완전히 놀랐다. 그 소식을 듣고 완전히 흥분했다”고 밝혔다. 앵그리스트 교수는 임벤스 교수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섰을 정도로 둘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노벨경제학상도 미국 경제학자 3명이 공동 수여함에 따라 미국 편중 현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증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이 미국인, 남성, 시카고대, 유대인에게 유독 편향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흑인, 아시아계, 여성 등에게 기회가 적게 돌아왔고 올해도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는 평가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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