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정동길 따라 펼쳐지는 사람들 이야기

박영서 2021. 10. 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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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정릉(貞陵)은 조선 태조의 계비(繼妃·두번째 왕비) 신덕왕후(神德王后)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원래 정릉은 이 곳에 있지 않았다.

정동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구한말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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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사람들

서울정동협의체 엮음 / 한길사 펴냄

서울 성북구 정릉(貞陵)은 조선 태조의 계비(繼妃·두번째 왕비) 신덕왕후(神德王后)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원래 정릉은 이 곳에 있지 않았다. '덕수궁 돌담길'로 유명한 서울 중구 정동(貞洞)에 있었다. 이성계는 사랑했던 신덕왕후가 사망하자 '도성 안에 능을 조성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정동에 능을 만들었다. 정릉의 위치는 현재의 영국대사관 자리로 추정된다. 정동이란 지명은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1408년 태조가 승하하자 아들 태종은 계모의 능을 북한산 중턱으로 옮겨버렸다. 지금의 성북구 정릉동이다.

정동은 조선시대 동인·서인 당파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심의겸의 집이 도성 서쪽인 정동에 있었고, 김효원의 집이 동쪽인 건천동에 있어 동인과 서인의 이름이 생기게 됐다. 조선말 문호가 개방되자 정동에는 서양인들이 몰려들었다. 이 곳은 제물포 및 한강으로부터 출입이 용이했고, 궁궐 및 정부시설과의 인접성도 장점이었다. 각국의 공사관, 교회, 학교들이 속속 들어섰다. 정동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품는 동네가 됐다.

책은 정동에 담긴 공간·인물·시간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시와 손잡고 정동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재생하고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정동협의체가 엮었다. 지난해 나온 '정동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책은 정동에서 삶을 살았던 대한제국 황실 사람, 푸른 눈의 외교관·선교사·상인들과 화교들을 소개한다. 대표적 인물이 손탁(Sontag)이다. 그는 독일인이면서 초대 조선 러시아공사의 처형이었다. 고종은 그에게 정동에 있는 왕실 주택과 토지를 하사했다. 그는 이를 서양식으로 개조해 서양 외교관들의 사교장으로 만들어 배일운동의 근거지로 활용했었다. 바로 '손탁 호텔'이다. 현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앞에 표지석만 남아있다. 정동에 터를 잡고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학교와 교회, 병원을 지었던 호러스 언더우드, 헨리 아펜젤러, 메리 스크랜튼 등도 우리에겐 친숙한 인물들이다. 구세군사관학교를 지켜낸 허버트 로드 선교사, '부채표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의 제2창업을 이끌었던 윤창식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정동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구한말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곳이다. 사람 냄새 가득한 정동 길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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