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조국·이재명 아노미
대장동 게이트는 터질게 터진 것이다. 밝혀진 진실과 상식 앞에서도 궤변이 넘친다. "고위험, 고수익"이라니.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이라는 회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기에 사업실패 시 발생하는 위험의 최대한도는 자본금인 50억 원 뿐이다. 특히 천화동인 1~7호가 잃는 돈은 이들이 투자한 3억 원이 전부다. 이 3억 원을 잃을 위험마저도 사실상 없다.
미분양시 발생하는 위험마저 성남의뜰이 지는 게 아니고 민간시행사와 건설회사가 부담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성남의뜰은 땅을 취득할 때는 '도시개발시행자' 자격으로 손쉽게 공공수용한 뒤, 택지로 분양할 때는 민간택지 분양임을 내세워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해갔다. 값싸게 땅을 획득해 가격을 올려 시행사측에 팔아넘기는 땅장사 역할만 수행한 것이다.
이런 땅 집고 헤엄치기 식 행위가 천화동인에게 4040억 원의 배당금을 안겨주었다. 위험이 원천적으로 없었기에 적은 자본금에도 불구하고 1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 금융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고위험-고수익이라는 궤변이 집권당 대통령후보의 공식적 입장이다. 부산 엘시티 추가의혹을 터뜨리겠다며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93%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들(성남도시개발공사와 참여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게 1830억 원의 수익을 우선 배당하고, 7%의 주식만을 보유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4040억 원의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역할이 이례적으로 컸다는 걸 공사 측이 그 이유로 버젓이 내세우고 있다. 땅 집고 헤엄치기 역할인데도 말이다. 민간개발에 맡겨 놓을 때와 비교해 대장동 개발이익 중 5503억 원을 오히려 성남시가 환수한 것이라 자화자찬한다. 이 5503억 원도 관행상 도시개발시 조건화되는 기부채납 성격의 공원조성비인 2561억 원까지 포함해 부풀린 금액이다. 성남시민과 국민의 눈을 속이는 짓이다.
상부구조로서의 정치가 마적단 세력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그동안 쌓아올린 하부구조의 원칙들이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세력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태, LH 사태, 엘시티 게이트, 415 부정선거 검증 지연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세상에는 상식이 있고 진실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사실파악 조차 원천봉쇄 당하고 궤변이 판을 치는 사회가 됐다.
'조국 사태'가 무한 세력투쟁 시대의 문을 연 결과다. 아무리 표적 수사의 결과라 할지라도 진실이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났는데도 그걸 상대 세력의 공격의 결과라는 핑계로 덮어버리는 걸 당연시하는 궤변이 일상화됐다. 대통령은 궤변 논리를 감쌌고 자신의 국정수행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동안 쌓아올린 소중한 상부구조의 원칙들인 공무원의 국가이익 추구, 법관의 정치적 성향 자제, 지식인의 정치비판 정신 존중,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 요구 등은 모두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그에 따라 사법부 독립과 공직자의 윤리가 붕괴되고, 우리 사회는 품격과 진실마저 실종됐는데도 개혁의 성과로 자화자찬하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이젠 386은 물론 민주화 운동 자체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고, 사회 지도층이 집권유지를 목적으로 공공연히 편법을 취하는 행위까지 정치이념 실현의 과정으로 둔갑하는 것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가치체계와 인간성에 대한 신뢰에 대한 아노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950~60년대의 '세력중심 사회'가 70~90년대의 '법치사회'로 이행했고, 2000년대 이후 '원칙수립 사회'로 발전되어 오던 대한민국의 흐름이 두 단계를 후퇴해서 세력중심 사회로 되돌아갔다. 이제 고대 그리스시대처럼, 소피스트(sophist)의 상대주의, 회의주의, 궤변론이 지배적 정치논리가 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는 조국사태와 더불어 소피스트 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시작일 뿐이다. 얼마나 더 많은 권력형 비리와 궤변들이 앞으로 등장할지 가늠이 안 된다. 특검 도입으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확정하는 길만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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