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안정?..지금 KBO는 '기술위원장'으로 뜨겁다 [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2021. 10. 1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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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도쿄올림픽 일본전 이후의 야구대표팀. 이준헌 기자


새 야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몇몇 인사들이 최근 하마평에 올랐다. 그 가운데는 KBO리그 최고의 레전드인 이승엽 SBS 해설위원도 거론됐다. 실상부터 얘기하자면, 새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은 지금 ‘백지 상태’다.

지금 KBO(한국야구위원회) 내부의 화두는 다른 자리에 있다. 오는 11월 선임 예정인 새 기술위원장의 자격을 놓고 관련 인사들의 실질적인 조언과 실명 추천 등 심도 깊은 대화들이 오가고 있다.

최종 인사권자는 KBO 총재다. 이번 인사에서 KBO가 내세우고 있는 타이틀은 ‘새로움’이다. 선수 선정과 대회 성적까지 두루 좋은 평점을 받지 못한 도쿄올림픽 이후 변화를 기술위원장의 얼굴을 통해 우선 알리겠다는 취지다.

지난주에는 각 구단 단장들이 참여하는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A단장은 “아예 비선수 출신으로 기술위원장을 뽑자”고 했다. 김인식·김용희·김시진 등 역대 기술위원장은 프로야구 사령탑 출신의 경험 많은 야구인이었다. 이같은 전례를 감안하면 파격적 제안이다.

비선수 출신을 추천한 근거는 역시 새로움에 있다. 선수 선임 과정 등에서 늘 문제가 따랐던 대표팀이다. 더구나 야구대표팀이 나설 다음 대회인 내년 9월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23세 이하로 대표 선수를 뽑기로 한 상태다. 대회 기간 중 시즌 중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을 감안할 때 원칙대로라면 선두 싸움 중 갑자기 주전 마무리를 대표팀에 떠나보내야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A단장은 “이제 기술위원장이 꼭 선수 출신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장 스태프와 기술위원이 그런 부분은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 기술위원장은 그보다 전반적인 관리 능력과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자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사 취지에 맞는 후보군을 좁히는 일이다. 야구 행정가이거나 야구에 박식한 지식인 등이 발탁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선임하자면 KBO에서도 전례를 깨는 과감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른 구단의 B단장은 KBO에 실명 추천을 했다. KBO는 이번 대표팀을 꾸리며 데이터분석팀을 별도로 구성할 예정이다. 트래킹 레이더 장치인 트랙맨을 비롯한 각종 기기가 지구상 주요리그에 설치되면서 국제대회에서도 낯선 선수들을 미리 데이터로 들여다보는 일이 용이해졌다.

KBO에서도 가급적 데이터 이해도가 높은 기술위원장을 원하고 있다. 역시 야구인 출신이기도 한 B단장은 프로야구 감독 출신으로 구단 운영 경험이 있는 데다 데이터 활용에도 능숙한 한 인사를 추천했다. B단장은 “데이터를 알고 현장도 안다면 최적의 조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기술위원장은 야구대표팀의 변화를 알리는 첫 단추다. KBO의 고민이 꽤 무거운 이유다.

새 대표팀을 만들기까지 숙제가 이것만은 아니다. 데이터분석팀을 꾸리는 작업도 쉽지 않다. 대부분 세이버매트릭스 전문가들이 이미 각 구단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C단장은 “구단 인사를 뽑자면 선수 선발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도 있는데, 밖에서 뽑자면 또 마땅한 자원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문제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KBO는 감독 선임 작업은, 그 다음 단계로 미뤄놓았다. 다만 이승엽 위원이 대표팀 새 사령탑이 될 가능성은 일단 희박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하자면 지도자 경험이 짧게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KBO에서는 이같은 자질 문제보다는, 레전드 중 레전드인 이승엽 위원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표팀 감독은 영광스런 자리지만 반대로 그 자리가 지도자 인생의 벼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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