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아닌가요?"..'베란다 태양광' 대금지급부터 미룬 서울시

김양진 2021. 10. 1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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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시가 중단을 선언한 '베란다형 태양광' 보조사업에서 계약위반 등으로 고발된 일부 위탁업체 외의 다른 업체들 대부분이 두달 넘게 서울시로부터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울시 한 간부는 "베란다 태양광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일부 불량 업체들이 고의 폐업 등 문제를 일으킨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업을 중단하려고 멀쩡한 업체들까지 현미경을 들고 들여다본 건 아닌지, 조사 절차와 규정은 잘 지켰는지 의심된다. 이의신청도 제대로 받지 않은 건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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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서에서 전화돌려 "자부담금 7만원 내셨나요?"조사
고객 동의한 이용목적 벗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도
지난 8월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전임 시장 때 시작된 ‘베란다형 태양광’ 보조사업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티브이’ 화면 갈무리

지난달 22일 서울시가 중단을 선언한 ‘베란다형 태양광’ 보조사업에서 계약위반 등으로 고발된 일부 위탁업체 외의 다른 업체들 대부분이 두달 넘게 서울시로부터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부 문제가 발견돼 대금 지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설치비·수리비 등 지출이 계속 발생하는데, 돈줄부터 끊은 건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2014년부터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사업’ 위탁업체로 매년 선정된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햇빛협동조합)은 지금까지 1만8천여건(올해 1200여건)을 설치했다. 이 보급사업은, 위탁업체가 태양광 설비를 신청한 시민들의 집에 베란다형 태양광을 설치하거나 수리하면 서울시나 자치구가 비용의 대부분을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지난 7월23일 이후로 가장 규모가 큰 ㅅ사를 포함한 상당수 업체가 두달 넘게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임금체불하고 뭐가 다르냐”

이규 햇빛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못 받은 대금이 3억원이 넘는다. 설치기사, 영업사원 20여명에게 임금은 줘야 하니 벌써 2억원이 넘게 빌렸다”며 “‘생계 문제가 복잡하다’고 시 녹색에너지과에 전화해 하소연하면 ‘알지 않느냐, 위에서 허락을 안 해준다’고 한다. 따져보면 이게 임금체불하고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삼모 서울시 햇빛발전팀장은 “시민들 책임감을 높이려고 설치비의 10%인 7만원은 시민 자부담금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해당 업체가 이를 대신 내준 사례가 여러건 확인됐다”며 “이는 서울시와의 계약을 어긴 것으로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다만 업체 상황을 고려해 확인된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건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 조사가 일방적으로, 부정확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 전문성이 없는 사업부서인 시 녹색에너지과가 산하 기관인 서울에너지공사와 함께 시민을 대상으로 전화·방문 조사해 이를 토대로 7월 말∼8월 초 대금 지급을 중단한 것이다. 햇빛협동조합에서 설비를 한 이아무개(78·영등포구)씨의 경우 “딸이 (대신) 신청했다고 해서 설치만 받아서 (서울시에) 무료라고 했던 건데,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먼저 돈을 지불했다고 한다. 잘 모르고 무상이라고 해 업체에 피해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업체들에 ‘이의 신청’ 기회를 준 것은 9월 초다.

시의 고객 개인정보 활용이 사전 동의의 목적을 벗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베란다 태양광 가입 서류 중 하나인 ‘개인정보 수집 활용 동의서’를 보면 이용 목적을 △발전량 산출 및 만족도 조사 △홍보자료·연구자료로 활용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의신청도 제대로 받지 않아

서울시 내부에서도 ‘오 시장 가이드라인에 따른 무리한 조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베란다 태양광 사업을 일컬어 “이 정도면 사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시 한 간부는 “베란다 태양광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일부 불량 업체들이 고의 폐업 등 문제를 일으킨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업을 중단하려고 멀쩡한 업체들까지 현미경을 들고 들여다본 건 아닌지, 조사 절차와 규정은 잘 지켰는지 의심된다. 이의신청도 제대로 받지 않은 건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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