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흥행가도..비판 언론인에는 재갈
[경향신문]
중국이 한국전쟁을 소재로 만든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長津湖)>가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애국주의 열풍 속에서 이 영화를 비판한 언론인은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장진호>가 개봉 11일만인 지난 10일 입장 수입 40억위안(약 7427억원)을 돌파했다고 CCTV 등이 11일 보도했다. <장진호> 입장 수입은 올해 중국 영화 시장 전체 입장 수입 400억위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국 영화계는 이 영화가 2017년 전체 56억위안 이상의 입장 수입을 올리며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영화 <특수부대 전랑(戰狼)2>의 흥행 성적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장진호>는 13억위안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으로 부르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1950년 미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뒤 개마고원까지 진군했다 함경남도 장진 일대에서 중국군에 포위돼 1만800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철수한 장진호 전투를 철저히 중국의 시각에서 다룬 작품이다. 당시 전투를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 기반으로 인식하는 중국이 올해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 영화다. 이 영화는 중국 국경절 연휴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개봉해 단숨에 역대 영화 흥행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영화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서 거수 경례를 하는 관객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감상평이 올라오는 등 중국 내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 영화의 작품성이나 소재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경제 주간지 차이징(財經)의 부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뤄창핑(羅昌平)은 지난 6일 자신의 웨이보에 <장진호>의 흥행과 관련해 “반세기가 지났지만 국민들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르며 한국전쟁 참전을 정당화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 인식과 이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뤄창핑의 글은 중국에서 곧바로 논란이 됐다. 웨이보는 그의 계정을 폐쇄했고, 공안은 ‘영웅열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그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시 공안국은 지난 9일 웨이보를 통해 뤄창핑이 “영웅열사에 대한 불법적 발언으로 대미항전 의용군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민족 감정을 훼손했다”며 그를 형사 구류 처분한 뒤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개정된 중국의 영웅열사보호법은 영웅과 열사를 모욕·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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