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손보는 상속세제.."대폭 낮춰야" vs "부 대물림 막자"

공지유 2021. 10. 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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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편 연구용역 결과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
11월 조세소위 검토..최고세율·과표구간 조정 쟁점
상속세 개정법안들 계류 중..개편안과 연계 가능성
정부 "상속세 상반된 입장 고려..사회적 합의 전제"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상속세 개편에 대한 검토 의지를 밝힌 만큼 최고세율과 과세 방식 등 상속제도 전면에 대한 개편이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22년 동안 유지돼 온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과 자산 양극화와 부(富)의 대물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속세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상속세 제도 개편에 대한 정부의 사회적 합의 도출이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상속세 개편 논의 물살…최고세율 인하·과표구간 조정 쟁점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이 진행하고 있는 상속세 개편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국회 정기회 세법 개정안 처리에서 부대의견으로 상속세 개선 방안에 대한 검토 요청이 있었고,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상속세 개편에 관한 연구용역이 진행됐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다음 달 열리는 조세소위원회 법안심사 전 국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현행 상속세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상속 재산에 50%의 최고세율을 매긴다. 최대주주의 지분일 경우 20%를 할증해 실질세율은 60%에 이른다. 2000년 1월1일 이후 22년째 유지되고 있다. 높은 최고세율로 인해 과도한 세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유산세 방식이 아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유산세 방식으로는 개개인이 각각 다른 금액을 물려 받아도 세금은 전체 상속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돼 적은 금액을 받는 상속자가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면 실제로 개인이 받는 상속금액에만 세금이 부과돼 세부담이 줄어든다.

기재부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개편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용역에는 최고세율 인하, 과표구간, 과세 방식 등 전반에 대한 검토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 이후 국회 논의사항에 따라 개편 방안과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상속세 개정을 위한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데, 개편 내용에 따라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는 방식으로 일부 개정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김용판·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과세표준 구간에 따른 상속세 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지난해 각각 발의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최대 5년에 걸쳐 상속·증여세를 분납할 수 있는 연부연납 기간을 최대 15년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폭 낮춰야” vs“부의 대물림”…정부, 사회적 합의점 찾을까

문제는 상속세와 관련해 과도한 세부담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는 의견과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상속세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는 데 있다.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주요 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최고세율을 근거로 든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세율로 보면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가족에게 상속할 경우 각각 30%, 45%로 과세하는 벨기에와 프랑스를 제외하면 명목 상 2위인 셈이다.

2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 과표구간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집값 등 자산 가격은 올라갔지만 과표와 세율은 그대로여서 세부담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득세와 상속세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소득세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속세도 과도하게 높아 이중적으로 과세되는 경우가 있다”며 “세부담 탓에 기업이 부가가치를 올리지 않거나 개인들도 경제활동을 하는 대신 소비만 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로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고 국가경제를 저해시키고 있다”며 “과표구간 조정과 함께 상속세 최고세율을 점차 낮춰 10%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상속세로 부의 대물림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극화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상속세나 소득세를 모두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각종 공제로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세금은 높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최대 500억원 한도 내에서 가업승계자산 100%를 공제 받는다. 그래서 가업상속 공제 중견기업 범위를 연 매출액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하자는 요구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는 양극화 심화 자체가 성장에 장애가 되는 시대로,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기회를 차단하면서 경제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소득의 양극화를 막는 소득세와 부의 대물림을 막는 상속세는 같은 방향으로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업상속공제 등 과다한 공제로 인해 상속세 제도 자체의 취지가 훼손됐다”며 “상속규모가 커지는 만큼 상속세율 최고구간을 추가해 세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상속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한 세율이라는 의견과 자산 격차가 심하다는 양쪽 입장을 두루 고려해 전반적 내용을 점검할 것”이라며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전제돼야 개정 시기나 내용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지유 (notice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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