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베를린의 주택몰수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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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는 3,000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10여 개의 대형 부동산회사의 주택 24만 채를 몰수해 국유화하자는 주민투표가 치러져 56.4%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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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는 3,000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10여 개의 대형 부동산회사의 주택 24만 채를 몰수해 국유화하자는 주민투표가 치러져 56.4%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베를린시가 이행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은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 베를린에서는 2019년부터 기존 세입자의 임대료 인상을 5년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는 등 주민 80% 이상을 차지하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대책이 이미 시행 중이다. 집값이 안정적이던 베를린의 임대료가 껑충 뛴 건 베를린시가 통일 이후 발생한 부채 탕감을 위해 민간 부동산회사에 시 정부 소유 주택 3분의 1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매입한 민간부동산 회사의 고급주택 개발 등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자 '도이체보넨 몰수운동’ 같은 세입자단체들이 수년간 공청회, 거리시위, 캠페인 등으로 이에 항의했다. 결국 베를린시에만 11만 채의 주택을 소유한 대형 부동산회사 도이체보넨은 지난 5월 시에 주택 2만 채를 팔기로 약속했고, 마침내는 재산권 몰수 주민투표 가결이라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귀결됐다.
□ 서구의 세입자운동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는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에서 주택난이 발생하자 아나키스트들은 가난한 세입자들과 연대해 좁고 비위생적인 주택을 비싸게 세놓는 ‘악덕 집주인’에게 대항하는 저항운동을 벌였다. 한밤중에 세간을 정리해 밧줄을 타고 야반도주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이어 20세기 초에 등장한 세입자조합 등은 세입자들이 이사할 때 나팔과 호각을 부는 등 ‘소란스러운 이사’를 하거나 퇴거당한 세입자 가족의 이삿짐을 파리 도심의 대로에 쌓아놓는 식으로 집주인을 고발하는 일종의 언론 플레이를 했다. 이런 세입자운동은 시 당국의 사회주택 건설 등으로 열매를 맺었다.
□ 내년 대선 역시 부동산 문제가 최대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야 후보 모두 기본주택, 청년원가주택 등 주거취약층을 위한 파격적 공급대책을 약속하고 있다. 신규 주택공급과 함께 수익성을 위해 저품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나쁜 임대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 세입자도 살 만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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