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오르면 대한항공 560억 환손실.. 車·반도체 당장은 호재 [환율 1200원대 눈앞]

안승현 2021. 10.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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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비용 달러 결제 직격탄
정유업계도 원유 구매비용 부담
車·반도체는 '환차익' 긍정적 효과
원재료 비용 등 장기적 상황 주시
중국발 에너지·원자재 대란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재유행 등 복합 악재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항공유와 항공기 임대비 등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정유·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기업들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당장 이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 환율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르게 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호재로만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정유, 비용 결제 눈덩이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일 기준 1194.6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28일 1196.9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육박하자 항공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트래블버블 협정국이 늘고 여행상품 판매에 물꼬가 트이면서 2년 만에 회복을 기대했는데 환율 상승으로 당장 타격을 입게 돼서다.

통상적으로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항공업계에 가장 먼저 피해가 간다. 항공사들은 항공유나 항공기 임대료 등을 달러로 계산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곧바로 외화환산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항공사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560억원의 외화손실이 발생한다. 현금 흐름 부문에서도 19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변동 시 상반기 말 기준 약 343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다.

에어부산은 10%가 오르면 777억7950만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하고 제주항공은 5% 올랐을 때 185억8500만원이 줄어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 파동에 대비해 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헤징(위험회피) 관리 등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외화로 항공유 등을 결제해야 하는 사업의 특성상 환율 상승은 가장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원유와 석유제품 간 가격 차, 정제마진이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던 차에 환율 상승으로 원유 매입 부담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일반적으로 매출 원가의 50% 이상이 원유 구매비용이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부담 요인이 크다"며 "영업이익을 곧바로 감소시키지는 않지만 결제를 달러로 해야 해서 환율 상승은 순손실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환율이 5% 상승할 때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이 541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자동차, 상황 예의주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원화환율 변동이 우리 경제 및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업종의 경우 환율이 10% 상승할 때 매출은 4.7% 증가, 영업이익률이 2.5% 오른다.

운송장비업종은 같은 기준으로 매출 8.1%, 영업이익률은 2.4% 상승하고, 기계와 장비 업종은 매출 16.6%, 영업이익률은 3.5% 높아진다. 반도체나 자동차 수출 기업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당장에는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지난 2·4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환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년에는 환율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도 환율상승기에 환차익으로 일시적으로는 실적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수입하는 원재료 비용 때문에 환차익으로 인한 이익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기지를 많이 운영하고 있어 환율 급등 시 영향을 단정 짓긴 어렵지만 너무 급속도로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수출 호재는 분명한데 앞으로 위험자산 회피로 달러 자산 수요가 증가하면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어 안주할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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