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바람 멈추자 풍력발전 타격.. 가스·석유·석탄 가격 폭등 [글로벌 에너지쇼크]

안태호 2021. 10. 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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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탄소중립..에너지 안보 흔들
上 유럽發 화석에너지의 반란
겨울 앞두고 에너지 수급 불안
영국·스웨덴 등 화석발전 재개
에너지·석화 등 국내 산업계 비상
도시가스·전기요금 상승 불가피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의 반란'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의 불똥이 석유, 석탄까지 옮겨붙으면서 화석연료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곧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국내 에너지 관련 산업의 피해와 함께 전기요금 상승 등이 우려된다.

■유럽발 천연가스 대란 연쇄작용

1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곧 다가올 겨울철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난방 연료와 전력생산에 쓰일 석탄 및 천연가스 가격이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마저 1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유럽의 탄소중립 정책이었다. 유럽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화력발전 원료를 석탄이나 원유에서 천연가스로 대체해왔다. 천연가스는 석탄, 원유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중립 브리지 연료인 천연가스를 화력발전소에 투입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천연가스 수요가 늘던 와중에 대규모 풍력발전소가 들어선 북해의 바람이 멈추면서 가스가격 상승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동절기를 앞둔 상황에서 유럽 천연가스 재고 수준이 10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 집권당 지지율에 타격을 입을 정도"라고 전했다.

천연가스 부족 사태는 석유, 석탄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급한 대로 기존 화석연료라도 구해 발전소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70%에 이르는 스웨덴이 최근 석유 발전을 재개했고, 2024년 10월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영국도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세계 석탄 가격의 기준이 되는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은 연초 대비 100% 이상 급등한 t당 200달러를 넘어섰고 유가도 7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료·석화원료↑…산업계 부담

이에 따라 자원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화석에너지 가격 상승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장 직접적인 손해를 입게 될 업체는 LPG 수입사다. 국내 LPG는 SK가스와 E1이 수입해 공급한다. 국제 LPG 가격도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두 회사는 경제 침체, 물가 상승 등의 우려로 비용 상승분을 국내 가격에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두 업체는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40% 이상 감소했다. 겨울철 늘어나는 난방 수요에 LPG 수요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천연가스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해 민간도시가스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구조다. 지방자치단체가 각 도시가스 사업자의 도매공급비, 시설투자비, 인건비 등에 약간의 수익을 얹어 도시가스 요금을 정하는 구조여서 가격상승에 따른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유례없이 크게 오른 탓에 정부 및 지자체가 모든 비용 상승분을 떠안기 어렵게 되면 도시가스사도 고통 분담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산업계 부담도 걱정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기초원료로 사용한다. 유가가 상승하면 원료 가격이 오르게 돼 부담이 커진다. 항공업계도 항공유 조달 비용이 증가해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배럴당 유가 1달러 변동 시 약 3300만달러의 손익변동이 발생한다.

전기요금 상승도 우려된다. 화석에너지 발전이 전체 전력생산 원료 중 62%에 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정부가 전기, 가스요금 상승을 누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한 원료·연료 가격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장려하면서 동시에 화석에너지 수급과 에너지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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