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측, 결선투표 요구..민주당 파열음

채종원,이석희 2021. 10. 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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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표 계산 잘못" 주장
송영길 대표는 수용 거부

◆ 여당 경선 후폭풍 ◆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를 놓고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결선투표를 요구하면서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설훈·홍영표 등 이낙연 캠프 의원들은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당헌·당규를 제대로 적용하면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49.32%며 절반에 미달했다"며 "결선투표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헌·당규를 오독해서 잘못 적용하면 선거의 정통성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표 차이가 커서 별문제가 안 되리라는 편향이나 오판 등 지도부의 안이한 판단이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는 기자회견 후 이의신청서를 당에 제출했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은 현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캠프가 결선투표를 주장하는 근거는 경선 도중 후보에서 사퇴한 정세균(2만3731표)·김두관(4411표) 후보의 득표를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50.29%지만 사퇴한 후보들의 득표를 유효투표로 인정하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2%로 절반에 못 미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 전 대표 측 이의 제기에 대해 "우리 당은 어제(10일)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추천서를 전달했다"며 사실상 수용 불가 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의가 제기된 것들은 당 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절차를 통해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경선 불복을 운운하는데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축구, 야구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문제가 생기면 영상판독장치로 다시 판독한다. 이의를 신청하는 것"이라며 "이의를 신청했다고 경기 불복이라고 이야기하느냐"고 항변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대전현충원을 참배한 후 "상식과 원칙, 당헌·당규에 따라 당에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며 말을 아꼈다.

[채종원 기자]

"과반득표 인정 못해" vs "결과 승복하라"…쪼개진 민주당

집권여당 초유의 경선 파열

이낙연측"유효투표 합산 안돼
의도했다면 부정선거" 반발

이재명측 "다른 해석 여지 없어"
송영길 "우리당 후보는 이재명"

3차 슈퍼위크 득표결과 놓고도
역선택 vs 대장동 민심 변화
이낙연 캠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후보 경선 투표수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종료 후 결과 승복, 제3차 슈퍼위크 표심 등을 놓고 여당이 심각한 내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결선투표를 요구한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송영길 현 대표가 경선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공표하자 '이재명 편들기'라며 더욱 반발하는 모습이다.

김종민 이낙연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은 11일 유효투표 집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의도했다면 부정선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수이자 착오"라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0일 승복 메시지도 준비했고, 11일 캠프 해단식도 예정돼 있었지만 서울 경선 결과는 민심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이라며 당규 해석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캠프 한 수도권 의원은 당 지도부를 겨냥해선 "특정 후보에게 경도됐던 모습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날 "이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 후보와의 면담에서 "원팀천국, 분열지옥"이라며 전날 경선 결과를 뒤집을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재명 후보 측도 이 전 대표의 승복을 촉구했다. 박주민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은 무효표 논란에 대해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본부장은 "청와대에서 경선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 언급을 했다"며 "이 전 대표 측이 승복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후보에서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도 일단 이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정 전 총리는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김 의원은 "경선을 마치고 나서 룰을 문제 삼고자 하는 일은 민주당의 분란을 낳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낙연 62.37%, 이재명 28.30%의 3차 슈퍼위크 득표 결과를 둘러싸고, 대장동 의혹 확산으로 '이재명 대세론'이 무너졌다는 의견과 건재하다는 견해가 팽팽히 대립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대선 후보를 뽑으려 참여한 3차 선거인단은 민주당 혹은 적어도 중도층"이라며 "결과를 어떻게 봐도 논리적으로 해석이 어렵고 불가해한 결과"라며 이 전 대표의 득표율 배경에 특정 변수가 작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후보 지지 그룹 등 당 일각에서도 3차 선거인단을 이 전 대표 측에서 적극 모집하면서 호남에서 몰표가 쏟아졌거나, 국민의힘 지지층이 역선택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중립 성향의 한 여당 중진 의원도 "이 후보에게 선거가 너무 쏠리니 호남 등 일부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와 원팀을 만들라는 취지로 견제표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후보와 대장동 의혹의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이낙연 캠프 내 재선 의원은 "대장동 특혜 외에도 권순일 전 대법관이 이 지사를 정치적으로 살려준 재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민심이 상당하다"며 "형수 욕설, 여배우 논란에 이어 대장동 건을 대하는 이 후보의 자세를 보고 불만이 폭증한 것"으로 해석했다. 같은 캠프의 중진은 "2차 투표는 곽상도 전 무소속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이 공개된 이후 실시됐고, 3차 투표는 유동규 씨의 구속 후 진행돼 여론이 완전히 바뀐 것"이라며 "30만명(3차 선거인단 수)을 조직하거나 역선택으로 끌어올 정도의 능력이 있는 후보라면 바로 대통령을 시켜야 한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역선택 등 조직적 선택이 아닌 민심 변화를 더 주목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 전 대표가 내세우던 '불안한 후보론'이 지지층 내에서도 정통으로 먹혔다는 게 표로 나왔다"며 "이 후보에겐 최악의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박성민 '민' 대표는 "청와대가 대장동 건을 엄중히 보고 있다고 밝혔고, 유씨가 구속되면서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여당 지지층까지 함께 흔들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종원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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