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의 우리말은 '목숨앗이', '발아'는 '싹트기'래요

김지윤 2021. 10. 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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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동·식물원 속 우리말 ⑦
'수령'보다는 '나무 나이'
'분지'는 '가지벌기'
'수지'는 '나뭇진'으로..
'교목'은 '키큰나무'
'완효성'보다는 '늦듣는'
지난 5일 ‘서울식물원’ 온실 모습. 최근에 문을 연 식물원답게 곳곳에 놓인 설명 팻말 내용이 친절했다. 안내 지도에 유아차가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표시해둔 점도 좋았다. 사실상 ‘어린이 출입금지’를 뜻하는 ‘노 키즈 존’이라는 말을 도심 곳곳에서 볼 때마다 마음이 쓰렸는데, 늘 푸른 공간인 공공 식물원이 미래 세대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해주는 듯해서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5일 서울 강서구에 자리 잡은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서울식물원은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한 곳으로 2019년 5월 문을 열었다.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인데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주제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6월부터 전국의 동·식물원을 찾고 있는데 가까운 서울에 축구장 70개 면적의 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반가웠다. 특히 이곳 주제원은 한국의 식물과 식물 문화를 보여주는 주제정원, 열대·지중해 도시 식물을 전시한 식물문화센터를 통해 어린이 정원학교, 성인 대상 생활원예(가드닝)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수목원으로서 식물 자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옛 배수펌프장, 마곡문화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주제원은 국내 자생 식물을 모은 야외 주제정원과 세계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로 이뤄졌다.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아파트 8층 높이인데 세계에서 하나뿐인 오목한 접시형 구조다.

‘시트러스 막시마’라는 식물을 처음 본 아이도 ‘세상에서 가장 큰 귤’이라는 쉬운 설명과 열매 사진을 통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 어린이 눈높이 맞춘 ‘착한 설명’

최근에 문을 연 식물원답게 곳곳에 놓인 설명 팻말 내용이 친절했다. 보호자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식물원 곳곳을 둘러보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도록 우리 생활과 밀접한 설명이 많았다.

‘시트러스 막시마’라는 식물을 처음 본 아이도 ‘세상에서 가장 큰 귤’이라는 쉬운 설명과 열매 사진을 통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점, “자몽과 맛과 향이 비슷하고 과일째로 먹거나 잎과 과일 껍질을 삶아 차로 마시기도 한다”라는 식으로 풀어서 쓴 설명에서 어린이 친화적인 식물원이라고 느꼈다.

사실상 ‘어린이 출입금지’를 뜻하는 ‘노 키즈 존’이라는 말을 도심 곳곳에서 볼 때마다 마음이 쓰렸는데, 늘 푸른 공간인 공공 식물원이 미래 세대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해주는 듯해서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 따르면 천적은 ‘목숨앗이’로 바꿀 수 있다. 목숨앗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와 있는 우리말이다. 방제는 ‘막기’로 순화할 수 있겠다.

■ ‘방제’의 쉬운 말은 ‘막기’

서울식물원 주제원에 들어서자 ‘온실을 지키는 작은 영웅들의 활약’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표적 해충을 악당으로, 천적을 영웅으로 표현한 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는 그림을 함께 그려둔 게 인상적이었다.

그림 아래에 있는 설명을 보자. “서울식물원 전시 온실에서는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 곤충을 활용하여 해충을 방제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그림 밑에 적혀 있었다. 천적은 잡아먹는 동물을 잡아먹히는 동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 쥐에게는 뱀이 천적이고, 진딧물의 천적은 무당벌레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 따르면 천적은 ‘목숨앗이’로 바꿀 수 있겠다. 목숨앗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와 있는 우리말이다. 천적이라는 말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쉬운 우리말 표현을 사전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집에서 아이들과 국어사전을 활용해 ‘우리말 찾기 놀이’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방제는 ‘재앙을 미리 막아 없앰’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거나 구제함’이라는 뜻이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방제를 ‘막기’로 순화했다.

바오바브나무 앞으로 가봤다. 바오바브나무는 2000년 이상 자랄 수 있는 식물이다. 성장한 바오바브나무는 몸통에 3톤가량의 물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심한 건기에 이 나무줄기의 물을 빼내기 위해 나무에 꼭지를 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줄기의 형태가 굵고 뿌리처럼 얽힌 가지들이 뻗어 있는 형태 때문에 신이 나무를 뒤집어 심었다는 설이 있다.

■ ‘상록교목’은 어떻게 바꿔볼까?

살아 있는 화석 식물이라는 용혈수에 대한 설명을 보자. “아프리카 카나리아 제도 원산의 백합과 상록교목으로 20m까지 자라며 식물의 수령은 5000~7000년에 이른다. 원줄기 끝에서 분지하는데 줄기나 잎을 자르면 그 단면에 붉은 액체가 흐른다고 해서 용혈수라 불린다. 줄기에서 흘러나오는 수지인 용혈을 중세에는 화장품과 향료 등으로 사용하였다”라는 긴 설명에서 상록교목, 수령, 분지, 수지라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꿀 수 있겠다.

수지(樹脂)는 소나무나 전나무 따위의 나무에서 분비하는 점도가 높은 액체, 또는 그것이 공기에 닿아 산화하여 굳어진 것을 말한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에서는 수지 대신 될 수 있으면 ‘나뭇진’을 쓰라고 돼 있다.

상록교목(常綠喬木)은 일 년 내내 잎이 푸르고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란 나무를 말한다. ‘늘푸른큰키나무’라고 쉽게 풀어쓰면 어떨까. 교목은 한자로 ‘높을 교’에 ‘나무 목’을 쓴다. ‘키큰나무’ ‘큰키나무’라고 쓰면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수령(樹齡)은 나무의 나이를 뜻하는 말로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는 수령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나무 나이’를 쓰라고 돼 있다. 분지(分枝)는 원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를 말하는데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를 살펴보니 분지는 ‘가지벌기’로 바꿀 수 있다. 가지벌기에서 ‘벌기’는 우리말 동사 ‘벌다’에서 왔다. ‘식물의 가지 따위가 옆으로 벋다’라는 뜻을 지닌 ‘벌다’를 활용해 ‘가지벌기’라는 말을 만든 듯하다.

수지(樹脂)는 소나무나 전나무 따위의 나무에서 분비하는 점도가 높은 액체, 또는 그것이 공기에 닿아 산화하여 굳어진 것을 말한다. ‘나무 수’ ‘기름 지’ 자를 썼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와 임업 용어 순화 고시 자료에서는 수지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나뭇진’을 쓰라고 돼 있다.

식물원 곳곳에 ‘식물기록’이라는 설명 걸개가 있었다. ‘식물 현미경 관찰의 선구자인 영국인 니어마이어 그루’라는 설명을 봤다. 선구자(先驅者)는 말을 탄 행렬에서 맨 앞에 선 사람을 뜻한다. 어떤 일이나 사상에서 그 시대의 다른 사람보다 앞선 사람을 말한다. 한자어를 풀어서 그 의미를 유추해보는 재미도 크지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은 없을까?

■ ‘원산지’는 ‘원고장’으로

다육식물에 관한 설명문도 눈길을 끌었다. 반투명한 잎, 가시가 된 잎, 수분을 붙잡는 털 등 다육식물의 생존 전략에 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다육식물은 잎이나 줄기 속에 많은 수분을 가지고 있는 식물을 이르는 말로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다육식물을 ‘살찐식물’로 순화했다.

허브는 잎, 줄기, 뿌리, 꽃을 향신료나 치료제, 보존제 등으로 활용하는 식물을 이르는 말이다. 식물학적 분류가 아닌 쓰임새에 따른 구분이라고 한다. 허브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약초와 향신료를 그린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둔 점이 재미있었다.

‘허브에서 향기가 나는 이유는 꽃잎에 돋아난 모용이라는 털에서 향이 나는 기름(방향유)을 분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보자. ‘털 모’ ‘풀 날 용’자를 쓰는 모용(毛茸)은 식물의 잎이나 줄기의 표면에 생기는 잔털을 말한다.

발아(發芽)의 쉬운 우리말은 ‘싹트기’ ‘싹틈’이다. 원산지는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 따라 ‘원고장’으로 순화할 수 있겠다.

지중해관으로 이동했다. ‘포도와 올리브의 천국’이라는 설명이 친숙함을 더했다. 코코넛야자에 대한 설명을 보자. “코코넛은 바다에서 3~4개월 동안 떠다니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발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학계에서는 코코넛이 호주, 인도, 동남아시아, 남미 중 어느 대륙이 원산지인지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라는 설명에서 발아(發芽)의 쉬운 우리말은 ‘싹트기’ ‘싹틈’이다. 원산지는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 따라 ‘원고장’으로 순화할 수 있겠다.

열대관과 지중해관의 온습도 유지를 위한 ‘기후 분리벽’을 지나 베고니아가 가득한 곳으로 갔다. ‘베고니아 키우는 법’에 관한 설명문에서는 “2~3주에 한 번 정도 완효성 비료를 주는 것이 좋아요”라는 말이 어려웠다. 완효성(緩效性)은 효력이 느린 성질을 뜻한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완효성을 ‘늦듣는’으로 순화했다. 서은아 교수(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는 “우리말에 ‘늦듣다’라는 말은 없다. 다만 ‘눈물이나 빗물 따위의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듣다’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천천히 방울져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늦듣다’라는 새말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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