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립 선동하고 적대감 드러내"..차이잉원 대만 총통 연설 비난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10. 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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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만 건국기념일에 나온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연설을 두고 중국 정부가 “대립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도 차이 총통이 선동적인 언어를 사용해 이전보다 더 강경한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10일 차이 총통의 건국기념일 연설에 대해 “대만 독립을 고취하고 대립을 선동하며 사실을 왜곡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마 대변인은 관영 매체들을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는 지금까지 분할된 적이 없고 결코 분할을 허락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 대변인은 이어 “민진당 당국은 외부 세력과 결탁해 미친 듯이 독립을 도모하며 끊임없이 사달을 일으켰다”며 “그런 ‘현상 유지’는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민진당 당국의 독립 도발이 양안 관계 긴장과 동요의 근원이고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명칭을 쓰기로 한 1992년 합의)을 부인하며 대만 독립과 분열을 도모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은 현상변경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양안 관계 악화의 책임을 대만에 돌리면서 ‘현상 유지’를 주장한 차이 총통의 연설을 반박한 것이다. 차이 총통은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누구도 중국이 펼쳐놓은 길을 택하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계속 국방을 강화하고 스스로를 방어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겠다”며 “현상 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며, 전력을 다해 현 상황의 일방적인 변화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반드시 조국 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맞대응으로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차이 총통의 이번 연설이 이전에 비해 더 강경해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차이 총통이 권위주에 맞서는 민주주의의 제1방어선에 서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선동적인 언어로 연설을 했다며 “민진당 당국의 분열 시도가 대만해협에서 지속적인 긴장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국제사회와 대만 주민들을 속이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공연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강해질 수록 세계는 중국이 통일되는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예감을 갖고 있다”며 “대만 섬은 결국 중국 본토와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대만 전문가들은 차이 총통의 연설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했다. 장원성(張文生) 중국 샤먼대 대만연구원 부원장은 차이 총통의 연설이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평가하며 “대만 독립 활동이 횡행할 수록 무력에 의한 통일 가능성은 커지고 조기 통일 가능성도 높아질 것”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반면 대만 정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 쑤쯔윈(蘇紫雲) 연구원은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차이 총통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베이징에 올리브 가지(화해의 손짓)를 내민 것”이라며 “시 주석에 대한 적대적 반응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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